8. 각자의 방.

by몽접

가족이라서 더 많이 알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많이 모를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늘 묻는다. 안부를 묻든 뭐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 그러다 내가 힘들어지면 말이 없어지고 그럴 때마다 동생은 또 묻고, 요즘 같은 시대에 서로 안부를 묻는 게 쉽지 않다고 주위에서 말을 하면 어렸을 때 가난하게 자라서 이렇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자란 게 어쩌면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 엄마 생신이면 한 달 전부터 우리는 어차피 작년에 산 보름달빵을 또 살 거지만 다른 빵을 고민하고 같은 노래를 부를 거지만 또 다른 노래를 걱정하고 아 하지만 편지는 달랐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는 게 많이 달랐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어느덧 각자 결혼을 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가지게 되었을 때 우리는 각자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


말이 없어지고 잘 살고 있겠지라는 위안을 받으며 살아가는 삶이라는 게 쓸쓸한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여동생은 나에게 "언니 생각나지, 언니 초등학교 때 누구와 싸우면 내가 싸워줬잖아. 호호호" 나는 그럼 웃으며 "그렇지" 그런데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맞벌이를 해서 조카를 내게 가끔 부탁을 하면 세상 한도 끝도 없이 미안해한다. 그럼 나는 "아니 혼자 있으면 심심한데 같이 있으면 재밌으니까 걱정 말고 다녀와"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아니 미안해서 그렇지. 쉬어야 하는 주말인데.."

나는 "아니야 갔다 와 부부는 그렇지"


그렇게 나는 조카와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주말에 조카는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하며 근간에 있었던 부부싸움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조카에게 "행복해?"라고 물으면 조카는 "응, 나는 걱정은 없어. 숙제도 내가 혼자 하고 학원도 안 다니고 엄마가 다니기 싫으면 다니지 말래"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쿨한 집에서 자라서 여동생도 이어받았는지 너무 쿨하다.

나는 걱정이라 "너 영어 몇 점이야?"

조카는 망설임 없이 "응 90점"

나는 "너 뻥이지?"

조카는 깔깔 웃으며 "아니야 나 혼자서도 잘해. 엄마가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서 혼자서 공부해야 한다고 외할머니도 그러셨어. 외할머니도 엄마 학원에 안 보내시고 공부하셨다고 하셨어. 그래서 난 우리 집이 좋아. 친구들은 학원에 가서 물론 없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공간이 있으니까"

그렇다. 공간. 그 공간이 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공간이 뭔데?"

조카는 "그런 거 나만의 공간, 나는 그 공간에서 나 혼자 즐겨. 바카라도 보고 때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막 놀아. 그래서 좋아.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데"


조카가 가고 나는 공간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나는 공간이 없이 자랐다. 그러다 대학을 가서 공간이 생겼고 여동생과 같이 방을 썼기에 공간이라는 개념보다는 각자의 구역이라는 게 맞겠다. 그러다 따로 공간이 분리가 되니 신기하기는 했지만 또 어색하기도 했다.


엄마는 엄마의 공간을 만드셨다. 시골이지만 더 시골로 들어가셔서 재봉틀을 사셨다. 만드는 것을 좋아하셔서 안락의자와 재봉틀을 사셔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셨고 아빠는 텃밭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드셨고 생각해 보니 우리는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말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각자의 방에서는 이야기를 이루고 살아간다. 말없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안 될 때 나만의 방에서 살았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세상의 문을 닫고 살았다.

그래서 그 세상의 방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해 주었고 내 삶은 다시 방향을 틀라고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우는 날이 더 많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힘들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남들처럼 지하철에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나는 알았기에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생각을 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웅크리고 살았던 거 같다.

인생이 그렇지.


엄마가 전화를 하셔도 그건 또 다른 방을 여는 이야기라 힘들었다.

각자의 방을 존중하는 삶을 배웠다.

엄마는 절대 나오라고 하시지 않으셨고 그냥 있으라는 말을 하셨다.

아신 것 같다. 나의 방에 대해서.


그래서 말없이 기다려 주는 방을 가지는 삶이란 타인을 배려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홀로 살아가는 부지런한 존재이지 않은가.

그래서 난 오늘도 나만의 방에서 이렇게 글을 쓰며 고치고를 반복한다.

고맙다. 온라인카지노의 방에서 이렇게 나의 안부를 스스로 묻는다.

'몽접 ,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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