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장 보수적인 금융이 가장 먼저 토큰화에 나설까?
라이브 「카피바라가 토큰을 깨문 이유」, 장안의 화제라죠. 오늘도 바로 시작합니다!
"이사도 힘들고, 쪼개도 안 팔릴 수 있다면서
토큰화하면 대체 뭐가 좋은거죠?"
카피바라가 미심쩍어할 만합니다. 제가 이 라이브 내내 토큰화가 마법은 아니라는 이야기만 했나보네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토큰화에 가장 진지하게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채팅으로 한 번 맞춰보세요. 코인 회사라고 쓴 카피바라도 있고, 방금 부동산이라는 의견도 올라왔네요. 다 아닙니다. 정답은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입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돈길을 살피는,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그 금융 업계 사람들이요.
가장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왜 가장 먼저 움직일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면, 토큰화가 뭐가 좋은지도 함께 보입니다.
은행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누구에게 얼마가 있는지"를 적고, 확인하고, 옮기는 일입니다. 예금도, 펀드도, 채권도 물건 없이 장부 위에만 존재하죠. 금융은 원래 장부를 다루는 산업이고, 토큰화는 장부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둘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장부를 바꾸는 건 귀찮고 위험한 일이니까요. 보수적인 금융이 그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토큰화가 금융이 오랫동안 가장 가려워하던 곳을 정확히 긁어주기 때문입니다. 네 군데입니다.
내가 가진 주식 1주는 사실 한 곳에만 적혀 있지 않습니다. 증권사의 장부, 예탁결제원의 장부, 발행회사의 주주명부에 나뉘어 적혀 있죠. 장부가 여러 개라는 건, 누군가 그 장부들이 서로 맞는지 매일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은행과 증권사에는 이 일만 하는 사람과 시스템이 있습니다. 숫자 하나가 어긋나면 어디서 틀렸는지 찾을 때까지 퇴근을 못 하죠. 저도 금융 시스템 설계하면서 데이터 정합성을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그런데 토큰화하면 어떨까요? 참여자들이 하나의 공유 장부를 함께 봅니다. 맞춰 볼 장부가 하나로 줄면, 맞추는 데 드는 돈도 줄어듭니다.
카피바라가 주식을 판 돈은 이틀 뒤에야 출금할 수 있습니다. 해외 송금은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요. 금요일 저녁에 보낸 돈이 월요일까지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은행 문이 닫히면 돈도 쉬니까요.
하지만 토큰은 장부 위에서 바로 주인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관들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장부를 고칠 필요가 없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그리고 컴퓨터는 주말에도 쉬지 않습니다.
그런데 금융이 정말 무서워하는 건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중고거래를 떠올려 보세요. 돈을 먼저 보냈는데 물건이 안 온다면? 그래서 우리는 안전결제를 씁니다. 중간에 당근마켓이 돈을 맡아 두었다가, 물건이 도착하면 넘겨 주는 방식이죠. 금융도 똑같습니다. 주식을 사고 결제되기까지의 이틀 동안 상대방이 약속을 못 지키면, "돈은 보냈는데 주식이 안 오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은 그 사이를 지켜 주는 기관을 여럿 두었고,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토큰화된 세상에서는요? 맞습니다, 돈과 주식이 같은 순간에 맞바꿔질 수 있습니다. 한쪽만 넘어가는 일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요.
토큰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규칙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기록입니다. 실제로는 이런 모습입니다.
채권의 이자 지급일이 되면, 그날 그 채권을 가진 사람에게 자동으로 이자가 들어갑니다.
펀드에서 배당이 나오면, 보유한 만큼 자동으로 나눠 들어갑니다.
이 상품을 살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팔리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일들을 사람이 확인하고, 계산하고, 승인합니다. 토큰화는 그 규칙을 장부 안에 함께 담아, 조건이 맞으면 장부가 알아서 움직이게 합니다.
이제 금융이 왜 제일 먼저 토큰화를 하겠다고 나서는지 그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흔히 새로운 기술은 규칙을 느슨하게 만든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토큰화는 반대입니다. 금융을 덜 보수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규칙을 더 확실하게 지키게 해 주는 기술일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금융에게 이것만큼 매력적인 게 또 있을까요? 그래서 금융의 토큰화는 아무나 들어오는 공개 블록체인보다, 허가받은 기관끼리만 쓰는 장부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수적이라는 건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통제하면서 한다는 뜻이니까요.
토큰화는 금융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뿐 아니라 아래와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충족해줍니다.
규모적인 면 : 금융기관은 하루에 엄청난 돈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비용을 아주 조금만 줄여도 그 효과가 커요. 예를 들어 하루에 1조 원이 오가는 곳이라면, 0.01%만 아껴도 하루 1억 원입니다. 개인에게는 작은 차이가 금융기관에게는 큰돈이 되는 거죠.
경쟁의 면 : 스테이블코인이나 핀테크 회사들은 이미 블록체인으로 빠르고 싼 송금과 결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가만히 있으면 고객이 그쪽으로 옮겨 갈 수 있어요. 그러니 은행 입장에서 토큰화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뭐가 달라지는데요?"
솔직하게 말하면, 당장은 거의 못 느끼실 겁니다. 2019년에 종이 주권이 사라질 때 대부분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요. 가장 큰 변화는 화면 뒤에서 일어납니다.
그래도 화면 앞으로 나오는 변화가 있습니다.
주식을 판 돈이 이틀 뒤가 아니라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해외 송금이 빠르고 싸질 수 있습니다.
큰돈이 있어야 살 수 있던 상품을 소액으로 쪼개서 살 수 있게 됩니다.
배당과 이자가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들어옵니다.
토큰화는 금융을 덜 보수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보수적인 금융이 치르던 비용을 줄여 주는 기술입니다.
오늘은 제가 여기 나와있는 카피바라들에게 조금 슬픈 질문 하나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즐겨하는 애착 게임이 문을 닫는다면? 게임 속 아이템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 라이브는 여기까지! 다음 라이브에서 깨물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