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더 고마웠어
추석 연휴가 짧았음에도 올해 우리가 제일 많이 함께 있었고 제법 많은 대화를 했고 몇 끼를 같이 먹었구나. 밥을 먹는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냐고 너는 생각할지 모르지마는 며칠이 아니더라도 엄마의 시간적인 계산으로 친다면 굉장한 일이지. 연휴 기간이 길 때 너는 친구들과 여행을 했었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밤에도 너는 친구를 만나 새벽녘이 되어서야 너의 발걸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올 추석에는 네가 내려오는 첫날부터 저녁을 함께 먹었구나.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이런 날이 드물다 보니 그런 일마저 특별하게 느껴지고 그 또한 마음에 남게 되는 일이구나. 엄마로서는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고 섭섭한 마음이 가시니 기억에 남을 일이란다. 마침 엄마도 시험 끝나는 수요일에 하루 쉬겠다는 중딩들 덕분에 저녁엔 시간이 있었고 때맞춰 너도 무거운 짐보따리 들고 마중 나가는 엄마를 기다려주었던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단다.
갈비와 된장찌개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는 줄 알았던 네가 웬일로 일찍 들어와 쉬고 있는 걸 보고는 조금 의아했기도 했지. 설마 엄마랑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일찍 들어온 건 아닐 테고 아직 친구가 부모집에 아직 내려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 여기기도 했었지. 아무튼 얼굴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너무 좋았단다.
이제 엄마도 부모를 뵈러 내려가는 일보다 자식들을 기다리고 맞는 일이 중요한 일이 되었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고 불편한 자리가 되지 않게 손도 보고 이불도 새것으로 갈아놓은 일이 즐거움으로 다가온단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임을 알게 되었단다. 다음 날 아침 꽃게탕을 끓이기 위해 오전 일찍 꽃게를 사러 시장엘 갔을 때도 기분이 좋았단다.
전날 살아 있는 꽃게를 사놓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너를 빨리 볼 수 있다는 기쁨이 더 먼저였기에 꽃게는 후순위로 밀려난 게 아니었겠니. 혹여나 생꽃게가 없을까 봐 조금 불안했지. 너희들이 조용히 자고 있는 동안 아침을 준비하러 서둘렀고 마침 꽃게가 활개를 치며 데려가 달라 몸부림치는 걸 보면서 다행이다 여겼지. 너희들을 위한 맛있고 정성 어린 음식을 담아내고 싶었다.
꽃게를 사들고 나오면서 부산스레 돌아가는 시장을 바라보며 부모를 기다리는 마음도,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도 모두 다 다른 각자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걸 다시 알았단다. 엄마의 마음이 그러하듯 다른 이들의 마음도 그러하다는 것을. 손에 바리바리 먹을 것들을 무겁게 들고 집으로 향하는 마음도 아마 똑같은 사랑의 연장선이겠지.
연휴가 짧은데도 추석 명절을 지내고 나서 너는 친구들이 없어 심심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찍 올라갔고 엄마는 흔쾌히 받아들였지. 수원에 있으나 여기 있으나 심심한 게 마찬가지라면 너의 보금자리에서 머물면서 지내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인 거지. 올라가는 시간이 길어 지루해할지라도 엄마와 충분히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했던 충만한 마음을 간직하렴.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만약 차비가 부족해 내려오기가 힘든 날이 있다면 주저 말고 오기를 바라. 넉넉하진 않더라고 오고 가는 차비 정도는 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내려오기 바라. 올 추석엔 너희들에게 여러모로 고맙고 감사했다. 용돈도 잘 쓸게.
너희들도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
ㅡ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ㆍ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