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고 있는 다 큰 녀석과도 식사를 함께 하기 힘들다. 아침에 저 먼저 출근하고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정수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제가 흐트러놓은 잠자리며 옷가지도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현관문 바로 옆에 붙은 넓은 방을 쓰지만 제 방은 늘 깨끗하다. 무엇이든 제자리에 놓여 제법 정돈은 잘하고 산다. 같이 살아도 큰 녀석이 하숙하는 느낌이다. 아침도 회사에 가서 해결하고 집에 오는 저녁 시간엔 배민을 시켜 들고 들어오면서 해결하는 날이 많다. 뭘 먹고 사는지 함께 살고 있지만 나는 모른다. 챙겨 먹으라고 냉동실이며 냉장실에 쟁여두어도 내가 먹지 않으면 몇 날 며칠 그대로 있다.
큰아들이 어쩌다 쉬는 날 집에 있어도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니 아침을 함께 먹지도 않는다. 간혹 시간이 맞으면 점심을 같이 먹긴 하는데 그땐 외식을 한다. 같이 먹을만한 찬도 없거니와 집에서 때우면 또 저는 나중에 먹겠다고 하니 일부러 같이 먹길 원하는 이유로 집을 나서는 것이다. 저녁은 저녁대로 또 따로 먹는다. 오후에 수업을 나갔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은 나는 저녁을 제대로 먹기가 힘들다. 예전엔 차에서 김밥을 사 먹었지만 그것이 영 소화도 안 되고 느끼해서 불편했던 적이 많아 차라리 굶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온종일을 함께 식사했다. 계란과 사과로 간단한 아침을 같이 하고 점심엔 텃밭에서 따온 호박으로 갈치조림을 했더니 큰아들이 너무 좋아했다. 제가 좋아하는 햄도 굽고 오이를 무치고 멸치를 볶아 진수성찬을 즐겼다. 아들의 입에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엄마 밥이 제일 맛있어요."
듣기 좋은 힘이 나는 말이다. 성인이 된 후로 언제 식탁에 같이 앉은 시간이 적다 보니 이런 칭찬의 말도 듣기 힘들었으며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기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고마벙 아들"
콧김으로 나오는 고맙다는 말이 우스운지 연거푸 웃어내며 맛있게 먹는다. 행복한 순간이다.
"너는 엄마가 해 준 것 중에서 뭐가 제일 맛있니?"
"나는 갈치조림요."
참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갈 줄 아네, 지금 앞에 놓인 것에 고마워할 줄 알고 드러낼 줄 아는 녀석을 보며 문득 나도 엄마의 밥이 그리웠다.
자주 맛있는 거 해 먹자, 아들.
맛있게 고마운 하루다.
ㅡㅡ오롯이 하루를 함께 보내줘서 고마운 아들 ㆍ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