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은 없다지만 엄마의 모습에도 정답이 없을까.
그렇다면 아이의 이정표가 되어야 할 내 모습은 어떠한가, 나를 보고 자라고 있는 내 아이는 어떠한가.
아이는 어느 순간 퉁명스러움을 익혀버렸다. 좋게 표현할 수 있다면 도도함일까.
비슷하게 생긴 나와 아이가 비슷한 말투로 남편을 공격하는 날이 잦아지고 그의 인내심을 갉아먹고 있었다.
문득 남편에게 남보다 못한 아내-라는 생각이 들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예의 없게 대답하는 아이를 야단치려다가 제 발을 저려 말을 삼켰다.
나에게 다정함은 어렵고, 무심함은 쉬웠다.
남에게는 한껏 예의를 차리지만 가족에게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내 무심함이 뻗을 자리라고 여겼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당연히 쉬운 쪽을 택했다. 쉽게 퉁명스러운, 쉽게 날이 서는 내 말투와 모습을
아이는 얄궂게도 골라 익혔다.
대충 살고 싶은데 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 하나 사람 만드는 일에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나 많은 것 같고 정기적인 자기 검열까지
보태자니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이렇게 무심한 사람으로 굳어지도록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먼저 달라져야 했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치기가 어려운지, 굳어진 말투도 습관이라고 하루아침에 다듬어지지가 않았다.
정말 의외로, 나한테는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게 꽤나 힘이 들었다. 사랑해 보다 어려운 말이 고마워였다.
하지만 이 무심함과 퉁명스러움을 이길 무기는 고마워 밖에 없었다.
우리의 일상은 참 사소한 것들의 집합체인 것 같다.
다 찬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 매일 아침 가습기 물통을 갈아놓는 일, 의류 건조기의 필터를
씻어두는 일 같은 자잘하고 귀찮은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사소한 것들에 내가 어느 하나를 빠트리면 다른 구성원의 손이 한 번 더 움직여야 한다.
안 해주면 치사하고 해 주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생색내기에도 애매한 그런 일들의 연속인 것 같다.
일상이 그렇게 사소해서, 고맙다고 하기에 무게가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 사소한 일이 뭉친 일상을 말 그대로 어제와 똑같이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배려를
끌어다 써야 하는 줄도 모르고 어리석게도, 가벼이 여겼다. 늘 나보다 한 번 더 움직이는 남편의 노고를 나는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나의 그 오만함을 아이가 봐 버린 것이다.
아이는 다정하고 헌신적인 아빠가 고마운 줄을 모르고 종종 아빠의 인내심을 확인했다.
엄마가 하니까- 저도 그래도 되는 줄 알고.
그래서, 이 당연함에서 본격적으로 멀어지기로 했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별 것 아닌 작은 일에도 고맙다는 말을 꼼꼼히 챙겨보기로 했다.
아이는 달라지는 나를 제대로 봐줄까, 나는 때때로 튀어나오는 쌀쌀맞음을 물리칠 수 있을까,
아이는 끝내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다정한 사람이 되려면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 정답은 없다지만, 내 아이는 친절한 사람으로 자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친절이 가져다주는 행운을 만나는 삶을 살기를, 다정함이 불러올 행복을 아는 현명한 사람으로 피어나기를 바라게 되었다.
아무래도 엄마의 모습에는 어느 정도 답이 있는 것이 아닐까, 현명한 어머니의 길이 참으로 멀다.
대충 사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