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이 집의 엄마는 먼 훗날 부모의 장례를 홀로 치를 첫째 아들을 상상해 보더니 고민 끝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시끄럽고 에너지 넘치는 아빠, 잔소리쟁이 엄마, 로봇과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형이 사는 정신없고 행복한 집에 새로운 아기가 태어났다.
형은 동생의 똥을 매일 궁금해하고 동생은 형의 소리가 가장 재밌다.
형은 아침마다 동생의 이름을 부르고, 기동력이 생긴 동생은 형의 목소리를 찾아 열심히 기어 다닌다.
형은 자기를 보며 웃는 동생이 제법 마음에 든다. 아이들의 부모는 그런 형제의 순수한 사랑이 감사하다.
동생이 자라며 둘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제법 순탄한 항해를 하는
이 집의 엄마는 나다.
아들 하나만 키우겠다고 한 내가 결국 아들을 하나 더 낳았다. 한번 해봤다고, 어느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붙어 제법 능숙한 척을 한다. 겉으로 꽤나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우리가 부모로서 경력직이니까-
때문은 아니고, 둘째 아들이 잘 자고 낯가림 없는 순한 기질의 아이인지라 생활 패턴이 빠르게 안정된 덕이다.
나는 내 삶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순탄히 흘러가는 우리 가족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각오를 하고 전투에 임하는데
기권승을 당한 기분 같기도 하고 고군분투를 예상했는데 이상하게 정돈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늘 4명이 가족의 완성이라 외치던 남편에게 세뇌당한 탓인 것 같다.
하지만 주변 어른들은 벌써 두 아이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둘이 어느 면에서 다름을 느끼지만 '그러게요-'라며 적당히 맞장구를 쳐드리고
언젠간 이렇게 다른 두 아이가 서로를 채워주지 않겠느냐며 속으로 반문했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될지 경로를 재설정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동생에 비해 많이 칭찬받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일부러 독차지하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비교 속에서 상처받았을 어린 동생의 마음이 내 아이들을 보면서
조금 헤아려졌다.
나는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인 반면에 내 동생은 별명이 '뺀질이'였을 정도로 도무지 어른들의 말을
탈 줄 모르는 개구쟁이 남자아이였다. 말 그대로 누나의 그늘에 늘 가려져 있었고, 더 어리고 여렸을 나이에
덜 칭찬받고 가엽게도 더 많이 혼나는 처지였다. 지금의 동생과 별개로 그때의 그 어린 꼬마를 떠올리면 안쓰러운 마음이 차올라 괴롭다.
나는 나와 너무 다른 동생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랐어서 마음 한구석이 늘 무겁다.
때를 놓친 우애는 전해지지 못하고 내 속 어딘가에 갇혀있는 것 같다.
둘째를 낳지 않았다면 내가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순간이 있었을까,
이런 우리 남매의 모습을 보는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되어야 할 모습이 많이 남은 것 같다. 나는 언제 진정으로 깊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우리 집은 시끄럽지만 평화롭다.
첫째는 늘 둘째가 언제 똥을 싸는지 기다리고 둘째는 어디서 형의 목소리가 들릴지 귀 기울인다.
저녁시간즈음 되면 반복되는 일상이 약간 권태로워지기도 하지만, 결국 어제와 같은 오늘에 감사한 마음을
다잡는다.
형제애는 하루아침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남보다 미워하는 날도 종종 있지만,
한로로 님의 가사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 하는 넉넉한
사랑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기를, 형제의 엄마는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