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와 원시

bysilknot

갓난 아이는 시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채 태어난다. 아이의 시력은 고작 20~30cm 떨어진 거리의 엄마를 가장 잘 볼 수 있게 설계된다. 엄마의 눈동자, 웃고 우는 표정, 입술의 움직임, 옷감의 무늬, 작은 손짓으로부터 시선은 나아간다. 흑백으로 보이던 세상은 조금씩 색을 갖춰간다. 아이는 만지고, 입에 넣어보며 나와 나 이외의 경계를 배운다. 고개를 들고, 돌리고, 기고, 서고, 걸어가면서 세상에 다가간다.

시선을 배운 아이의 세상은 어른보다는 낮고 작다. 개미들의 움직임, 돌멩이의 짖궂음, 모래의 파고듦 같은 것들. 아이들에게 미시의 세계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파고들어야 하는 미지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점점 멀리 있는 것을 본다. 나무를 보다가 숲을 보고, 물줄기의 일부에서 전체 흐름을 보고,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연륜이라고 부른다. 가까운 것을 선명하게 보던 눈은 점점 그 능력을 잃어간다. 우리가 노안이라고 부르는 변화는 어쩌면 혜안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가까운 것 대신 멀리 있는 것을 보고, 하나의 장면보다 전체를 보게 되는 것.

그렇지만 사람들은 근시를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 아직도 못다 읽은 바카라이 많기에.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눈동자 가까이 담고 싶기에. 세상을 좀 더 이해하기에는 우리 생이 짧기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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