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출근을 하고, 카톡을 확인하고, 시덥잖은 대화에 답을 남기고, 남들 다 하는 재테크와 투자 고민도 해보고, 누군가의 경조사를 챙기고, 공과금을 내고, 퇴근을 하고, 물건을 정돈하고, 당근 올릴 것들을 리스트업하고, 식재료를 사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밀린 사진을 정리하고, 또 다른 일과를 짜고, 아이의 학업을 고민하고, 아이 숙제들을 챙기고, 저녁 운동을 나가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옷을 정돈하고, 하루를 마친다.
해야 할 것과 해도 될 것들이 잔뜩 뒤엉킨 채, 엉킨 실타래가 된 채로 하루가 굴러간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는 풀리기는커녕 계속 커져갈 뿐. 이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떤 모양을 만들어 가야 하는 걸까? 실타래로 어떤 안전망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나는 오히려 나와 아이를 옥죄는 그물망을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읽었던 한 문장이 가끔씩 내 머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 나의 산만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잊지 않는 것.
어쩌면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엉킨 실타래를 완벽하게 풀어낼 방법이 아니라,
그 모든 실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중심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