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작게 장사하기, 살기

by상모솔새

새하얀 문서 앱 화면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나의 글쓰기 시간은 일정표의 남는 시간에 요리조리 배치되어 있어서, 가게일과 연동되어 줄었다가 늘었다가 한다. 내가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건, 가게 일이 그리 바쁘지 않다는 뜻. 그게 꼭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일단은 현재를 즐겨본다.


공무원 시절에는 소위 9 to 6 근무를 했었다(아마도 각종 비상근무를 뺀다면 말이다). 지금은 아이 등원 후, 가게 출근, 가게 퇴근, 아이 픽업을 반복하고 있다. 주말에는 근무하고, 평일에 휴무가 있지만 휴무일에도 작업 때문에 출근한다. 오늘은 작업이 빨리 끝난 휴무일이고.


내가 자영업을 하게 될 거라고 나를 포함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다들 공무원을 할 것 같다고는 얘기해 주었지만 말이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에게 공무원보다 소상공인이 의외로 더 잘 맞을 수 있다는 건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일이다. 공무원을 그만두고서, 나는 일어나기 두렵지 않은 아침을 얻었다. 아, 대신 월말이 전보다 조금 두려워졌다.


지금의 가게가 있기까지 몇몇 운이 따랐다. 우리 어머님에게 적당한 상가가 있었고, 다행히 청년 창업 지원사업에 합격해 가게도 무사히 모양을 갖추었다. 그러고 보면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죄다 공무원 아니면 자영업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본의 아니게 내가 산 증인이 된 셈이다.


나의 평일은 대체로 같은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침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근처에 차를 주차한 뒤, 가게로 걸어가며 시장의 다른 가게 사장님들께 인사를 한다.


그들은 매장을 가까이하는 이웃이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손님이 되기도 한다. 나는 맞은편 전기집에서 급할 때 건전지를 사고, 샌드위치집에서 매주 점심을 배달해 먹고, 장날이면 떡집에서 호박떡을 사 와 간식으로 먹는다. 근처 중화요릿집 사장님과는 우리 가게 과자와 볶음밥 두 그릇을 맞바꾼 적도 있다.


이들에게 가게는 단순히 소득원일 뿐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는 게 너무나도 명백해 보인다. 어머님은 근처 매장 한 곳은 물건도 영 부실하고 장사를 하는지 마는지 모르겠다며 가끔 말씀하시지만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그렇게 가게에 나와 일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 댁 따님이 월세를 내주신다니 더더욱 그렇다.


나도 아예 일을 안 하고 살림에 집중하면 이만한 돈은 손에 쥘 수 있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본 적 있지만, 지금은 택도 없는 생각이라는 걸 안다. 규칙적인 생활과 몸을 움직이는 노동은 소중하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어 참 다행이지.


한편 시장에 있는 우리 가게는 지역의 분위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매번 오는 장날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지방선거 때는 가게 안에서 후보들 유세를 들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근처 식당이 맛집으로 미디어에 소개되어 손님이 몰리면, 주변 가게들도 웃음이 난다. 오는 가을에도 지역 행사가 크게 있을 예정인데 올해는 어떠려나.


그러고 보면 내 시간표도 다소 외부 환경에 좌우된다. 아무리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지역 축제나 명절을 앞두고 여유를 부릴 순 없다. 갑자기 단체주문 문의라도 들어오면 속으로 잠시 갈등하지만, 머리로는 재빨리 일정 조율을 끝낸 뒤 “네, 그럼요.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내뱉게 된다. 그래도 온라인 게임에 다닐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바카라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는 ‘아니요’를 외칠 수 있다는 점일까? 게다가 바쁘지 않을 땐 대낮에 퇴근하는 것도 내 자유다(물론 금방 하원시간이 된다).


때로 ‘작은 장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똑같이 일하고 더 많이 벌거나, 적게 일해도 똑같이 버는 게 쉽지는 않다. 작게 장사하는 일은 당연히 생활과 연결되어 있어서, 생활을 흔들지 않고서 더 크게 장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꿈은 버리지 못해서 가끔 난 복권을 구입한다. 사실 복권집 사장님도 우리의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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