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와 함께 점프!

풀밭에서 이루어지는 시골육아

by상모솔새

또 자동차 한구석에서 바싹 마른 강아지풀이 나왔다. 얼마 전 아이가 손에 쥐고 다니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둔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가을철에는 갖가지 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이 운전석 손잡이에서, 카시트 밑에서 발견되곤 했었다…


요즘은 잔디밭 여기저기에서 어린 메뚜기들이 뛰어다닌다. 아파트 놀이터에 하원시간이 되면 모이는 어린이들 중 몇몇은 곤충 채집통을 들고서 나와 있다. 나는 채집통도 잠자리채도 없이 나서지만 그래도 걱정 없다. 아이가 다섯 살쯤 되니, 나도 이제 맨손으로 제법 곤충을 잘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시기의 메뚜기 약충들은 어리숙하고 날지도 못하니까 쉽게 잡힌다.


그들이 자주 발견되는 곳은 적당히 자란 잔디밭이다. 풀이 너무 얕아도 무성해도 찾기 어렵다. 높이로 말하면 대략 10cm 이내일까. 그런 곳을 천천히 발로 디딘다. 한 발로 서서, 다른 발로는 살짝 땅을 짚었다 뗀다. 그러면 풀이 눌렸다 일어나는 움직임 속에서 방향이 다른 동작이 포착될 것이다. 대부분은 메뚜기류다. 단번에 발견되지는 않을 테니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면서 반복하면 이 계절 풀숲에서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 그다음은 간단하다. 잘 보고 있다가, 다음번 점프할 방향을 예측해서 퇴로를 막고 다른 손으로 잡는다. 참 쉽죠? 잠자리채가 있으면 더 쉽다. 동네 어린이들에게도 이 팁을 전수할 예정이다. 일종의 조기교육이랄까.


제법 큰 방아깨비 한 마리를 이렇게 잡아서 우리 집 어린이에게 보여주려 하니, 아이는 멀리서 내 부름을 못 들은 채 놀기 바빴다. 대신 “방아깨비 잡았어”하는 내 외침을 듣고 아이 친구들이 쪼르르 달려와 보여달라기에 그중 하나에게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아이는 방아깨비를 들고 다시 쪼르르 자기 엄마에게 달려갔다. 순간, 아이 엄마가 벌레를 싫어하시면 어쩌지, 괜히 잡아다 줬나 싶은 걱정이 들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분은 채집통을 들고 계셨으므로 나에게 감사인사를 하셨다.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이곳에서 부모로서 갖추면 좋을 소양이기도 하다. 물론 시골로 이사한다고 해서 벌레를 싫어하던 사람이 벌레를 좋아하게 될 리 만무하므로, 그런 경우는 약간의 고난을 겪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잠자리채 없이 맨손으로도 벌레를 잡거나 주워오거나 한다. 심지어 지금부터 여름 내내 초록이 무성한 동안에는 이런 게 놀이 트렌드이다. 곧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매미 허물을 주워다가 모으는 시즌이 시작된다. 가을이 되면 도토리 모으기, 단풍나무 씨앗 날리기로 유행이 바뀌니까 다행이지만.


아이들이 놀이터 주변에서 뛰어다니고 뭔가 주워올 동안 부모들은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하며 수다를 떤다. 또래 학부모들의 주된 고민은 ‘뭐 하고 놀아야 하나’. 비가 오지 않고 너무 덥지 않은 날에는 큰 고민 없이 놀이터로 향하지만, 비 오는 날에는 달리 놀 거리가 많지 않다. 킥보드나 자전거 타기에 대해서도 종종 이야기한다. 다닐 만한 타 지역 소아과 정보도 단골 주제다(우리 동네엔 소아과가 없다).


한글 공부며 숫자 공부는 그다음 순서이다. 영어 유치원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유치원이 국공립 단설 한 군데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유아 영어 학원도 있을 리 없고 때로 학습지 광고가 현관 앞에 붙어 있을 뿐이다. 각자 가정에서야 어느 정도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분위기는 그러하다.


사람들이 ‘시골 외갓집’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잠시나마 평소의 공부 압박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놀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아이도 그런 환경에서 일상을 보내며 자라고 있다. 공부는 어쩌냐고 물으시면, 저도 농어촌 전형으로 대입을 치렀다고 할 밖에…


비가 일주일 내내 예보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날이 개고 있다. 너무 덥지만 않다면 오늘도 놀이터에 나가 놀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아이와 풀밭에서 “메뚜기 점프 잘하지~”란 내 말에 아이는 보란 듯이 두 발로 높게 점프해 보였다. 이곳에서는 메뚜기도 아이도 뛰놀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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