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줄 아는 것도 경영 능력이다

by진경수

리더의 하루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 매출도 늘었고 새로운 거래처도 생겼다. 직원들은 안도한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새로운 숫자가 화면에 뜬다.


“내년에는 20퍼센트 더 성장해야 합니다.”


이상한 일이다. 작년에는 지금의 숫자에 도달하면 성공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달하고 나니 성공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그 자리에 더 높은 목표가 앉았다. 하나를 이루면 다음 목표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기업은 성장해야 하고 새로운 시장에도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리더에게 필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가?”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


“언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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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44장에서 노자는 묻는다.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명여신숙친, 신여화숙다)

명예와 몸 가운데 무엇이 더 가까운가. 몸과 재물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어 말한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족함을 알면 욕됨을 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는 특히 마지막의 長久(장구), 오래감에 주목하고 싶다. 노자의 관심은 단순히 적게 가지는 데 있지 않다. 어떻게 오래갈 것인가를 묻고 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경영에서 성장은 중요하다. 매출이 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조직이 성장하는 것은 기업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장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힘을 키우는 성장이 있고, 조직의 힘을 소진시키는 성장이 있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일을 늘리고, 품질보다 실적을 앞세우고, 현금흐름과 생산능력을 넘어 무리하게 확장하면서도 “지금 멈추면 뒤처진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성장일까.


노자는 이때 知止(지지), 멈출 줄 아는 능력을 이야기한다. 멈춘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걸음을 오래 걷기 위해 보폭을 조절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정상에 도착한다. 숨을 고르고 풍경을 바라본다. 그런데 인생에서는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옆 산을 바라볼 때가 많다.


‘저 산은 더 높네.’

'아직 가보지 않은 산인데, 도전해야지.'


하나를 이루었는데 기뻐할 틈도 없이 다음 목표를 세운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전이 있었기에 성장했고, 목표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걸어왔다.


하지만 산에서는 정상에 도착하면 잠시 멈춘다. 물을 마시고, 주변을 바라보고, 함께 올라온 사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려갈 길을 살핀다. 경영에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성과를 이루었으면 잠시 돌아보는 시간.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살피는 시간. 사람들이 너무 지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시간. 성장의 속도만큼 조직의 뿌리도 깊어졌는지 묻는 시간. ‘충분하다’는 말은 패배가 아니다 우리는 ‘만족한다’는 말을 때로 안주와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지족(知足)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상태와 다르다. 내가 가진 것을 알고, 지켜야 할 것을 알고, 더 얻기 위해 무엇을 잃어서는 안 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기업이라면 더 분명하다. 매출을 위해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속도를 위해 품질을 버려서는 안 된다. 성과를 위해 사람을 소모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리더 자신의 욕심을 조직의 비전으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지족은 소극적인 철학이 아니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구별하는 능력이다. 성장은 숫자만 커지는 일이 아니다 조직의 성장을 매출과 인원과 규모만으로 보면 리더는 계속 더 큰 숫자를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성장에는 다른 모습도 있다. 대표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늘어나는 것. 직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후배가 선배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는 것. 한 사람이 떠나도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는 것. 이것 역시 성장이다.


어쩌면 『노자에게 배우는 리더십』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성장은 바로 이런 성장일 것이다. 리더의 크기가 커지는 성장이 아니라 조직의 자립성이 커지는 성장.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지족(知足)을 현실 안주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 정도면 됐다”라고 외면한다면 지족이 아니라 판단의 회피다.


지지(知止) 역시 도전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멈춤의 이유다. 두려워서 멈추는가. 아니면 오래가기 위해 멈추는가. 노자의 멈춤은 후퇴가 아니라 지속을 위한 절제로 읽을 수 있다.



내가 리더라면


다음 경영회의에서 성장 목표만 묻지 말고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해 보자.


“이 성장을 위해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곧바로 다음 숫자를 제시하기 전에 한번 말해보자.


“수고했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먼저 돌아봅시다.”


사람에게도 조직에게도 성취를 느낄 시간이 필요하다. 끝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조직에서는 성공조차 피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조직의 성장과 내 욕망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는가?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1부를 관통하는 네 개의 거울


좋은 리더는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만 묻지 않는다. 무엇을 지키며 오래갈 것인지도 묻는다. 이제 도덕경 제33장, 제71장, 제24장, 제44장의 네 문장을 한자리에 놓아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自知 — 자신을 안다.

知不知 — 자신의 모름을 안다.

不自見·不自是 —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내거나 옳다고 내세우지 않는다.

知足·知止 — 욕망의 끝과 멈출 때를 안다.


결국 노자가 리더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다. 리더의 권한이 커질수록 이것은 더 중요해진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에게 더 큰 권한이 주어지면 그의 장점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욕심과 고집까지 조직 전체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에 작은 거울을 세운다.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무엇을 증명하려 하는가.

내가 옳다는 것을 지키려는가, 조직을 지키려는가.

그리고 지금 더 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만해야 하는가.


노자의 리더십은 세상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부터 다스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리더를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휘둘리지 않는 리더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사람에게 노자는 이제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위로가 아니라 아래로다.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 더 높아지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라고 한다. 그곳에서 『노자에게 배우는 리더십』의 두 번째 공부, ‘높은 곳에 설수록 낮아지는 리더십’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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