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젊은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설명한다. 처음 듣는 용어가 몇 번 나온다. 사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대표이고, 임원이고, 바카라임자이니 무엇인가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순간 선택지가 생긴다. 아는 범위 안에서 적당히 대답할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 말할 것인가.
“잠깐만요.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짧은 말이다. 그러나 리더의 자리에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리더는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도덕경』 제71장이다.
知不知, 尙矣; 不知知, 病也。(지부지 상의; 부지지 병야)
모르면서 그 모름을 아는 것은 훌륭하고, 모르면서 안다고 여기는 것은 병이다.
이어 노자는 말한다.
夫唯病病, 是以不病。(부유병병, 시이불병)
그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자는 모르는 것 자체를 가장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 모르면서도 자신이 안다고 믿는 상태를 경계한다. 리더에게 이보다 현실적인 경고가 또 있을까.
경험이 많아질수록 아는 것도 많아진다. 수많은 문제를 겪었고 실패도 해보았다. 사람도 만나보았고 위기도 넘겨보았다. 그러니 후배보다 빨리 답을 찾을 수 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바로 그 경험 때문에 새로운 것을 과거의 틀로만 바라볼 위험도 커진다.
세상은 변한다. 기술이 달라지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며, 시장과 세대의 감각도 변한다. 어제의 전문가가 오늘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리더의 능력 가운데 하나로 ‘모름을 발견하는 능력’을 꼽고 싶다.
아는 것이 능력이라면, 모르는 곳의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도 능력이다. “모르겠습니다”는 마침표가 아니다 물론 리더가 매번 “모르겠다”고만한다면 조직은 곤란해진다. 바카라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결국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노자의 ‘知不知’를 무바카라임한 무지의 인정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은 여기까지 이어진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알아봅시다.”
첫 문장은 겸손이고, 두 번째 문장은 바카라임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자료를 찾고, 전문가에게 묻고,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그다음 판단한다. 이것이 학습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모름을 인정하는 순간 리더십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판단이 시작된다.
아는 척하는 리더 앞에서는 질문이 사라진다
리더가 항상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조직에는 묘한 현상이 생긴다. 사람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반대 의견도 줄어든다.
“대표님이 이미 결정하셨는데 뭘.”
“괜히 말했다가 일만 늘어나지.”
회의는 조용해진다. 리더는 조직이 자신을 신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침묵이 언제나 동의는 아니다. 때로는 말해도 소용없다는 학습의 결과다. 반대로 리더가 말한다.
“나는 이 분야를 잘 모르니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면 조직 안의 지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젊은 직원도 말할 수 있고, 실무자가 현장의 문제를 설명하며, 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한다. 리더가 조금 모자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지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른다고 말하면 권위가 떨어질까 많은 리더가 마음속으로 걱정한다.
‘내가 모른다고 하면 직원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러나 리더의 권위는 모든 것을 아는 데서만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다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면 신뢰가 더 크게 무너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보다 지식을 대하는 태도다. 아는 것은 분명하게 말하고,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필요한 것은 배우며, 틀렸다면 수정하는 것.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리더의 말을 무조건 옳다고 믿는 대신 더 중요한 것을 믿게 된다.
“저 사람은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을 고칠 사람이다.”
나는 그것이 더 오래가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알았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보다 어려운 말이 하나 있다.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특히 오래 조직을 이끈 사람에게 쉽지 않은 말이다. 이미 지시했고, 많은 사람이 그 결정에 따라 움직였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는데 이제 와서 틀렸다고 인정해야 한다. 체면이 마음을 붙잡는다.
그러나 산길을 생각해 보자.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나는 산을 수십 년 다녔으니 이 길이 맞아.”
잘못된 길은 경력에 따라 옳은 길로 바뀌지 않는다. 돌아가야 한다. 조직에서도 같다.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돌아서는 것은 권위를 잃는 일이 아니라 조직을 잘못된 방향에서 돌려세우는 일이다.
경험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이런 말을 하기 쉽다.
“내가 해봐서 알아.”
경험은 분명 귀하다. 그러나 이 말을 조금 바꾸면 훨씬 좋은 리더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내 경험에서는 이랬는데,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같은 경험이 닫힌 문장이 아니라 열린 질문이 된다. 이 작은 변화가 중요하다. 과거의 성공을 버리지 않으면서 현재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리더가 새로운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좋은 질문일 수 있다. 세대가 만나는 곳에서 조직에는 이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오래 일한 사람에게는 축적된 경험이 있다. 젊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감각이 있다.
현장 직원에게는 바카라상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가 있고, 경영자에게는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있다. 누가 더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지식이 필요하다. 리더가 모든 것을 아는 척하면 이 지식들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반대로 리더가 질문할 줄 알면 서로 다른 세대와 직급의 지식이 연결된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나?”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이 세 문장이 조직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질문할 줄 아는 리더는 자기 지식만으로 조직을 이끌지 않는다. 조직 전체의 지식을 빌려 판단한다.
그러나 ‘모름의 리더십’을 겸손한 이미지 만들기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질문만 하고 결정을 피하거나, 바카라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거나, “나는 모르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라고 하는 것은 제71장이 말하는 자기 인식과 다르다.
모름을 인정한 다음에는 배워야 한다. 그리고 리더에게 최종 판단의 바카라임이 있다면 결국 판단해야 한다. 모름의 인정 → 질문 → 학습 → 판단 → 바카라임. 이 과정이 함께 갈 때 “잘 모르겠습니다”는 리더의 힘이 된다.
다음 회의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나오면 아는 척하지 않아 보자.
“제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구성원이 새로운 제안을 가져오면 바로 평가하기 전에 물어보자.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더 나아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가능한 한 빨리 말해보자.
“그 부분은 제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방향을 수정하겠습니다.”
리더의 이 한마디는 조직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이곳에서는 틀리는 것보다 틀렸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신호다.
나는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는 척하는가, 질문하는가?
내 조직의 사람들은 내 의견에 편안하게 “다르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리더에게는 아직 배울 자리가 남아 있다. 1부의 첫 두 장을 지나며 제33장의 自知者明(자지자명)과 제71장의 知不知(지부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문장이 아니다. 하나는 자신을 알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라고 한다. 두 문장을 연결하면 노자에게 배우는 리더십의 첫 번째 원리가 선명해진다. 좋은 리더는 남보다 많이 아는 사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계속 살펴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리더십의 출발점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의 욕심을 보고, 불안을 알아차리고, 자존심을 경계하며, 자신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사람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권한이 커질수록 자신의 약점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르면 물을 수 있고, 틀리면 고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면 기꺼이 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어떻게 낮아질 수 있는가. 노자는 그 답을 ‘물’에서 찾는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