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리더는 물과 같다

by진경수

리더의 하루


회의가 시작되었다.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납기가 늦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설계변경 때문이라고 하고, 설계팀에서는 제작 일정이 문제라고 한다. 생산팀은 자재 입고가 늦었다고 말한다.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진다.


리더는 이미 대략적인 원인을 알고 있다. 경험도 있다. 지금 한마디 하면 논쟁을 정리하고 곧바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잠시 기다려본다.


“우선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부터 이야기해 봅시다.”


한 사람이 말한다. 다른 사람이 설명한다. 서로의 말을 듣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난다. 어느 한 부서의 잘못이 아니었다. 설계변경 정보가 생산과 현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작은 틈이 있었다.


리더가 처음부터 답을 말했다면 놓쳤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날 리더가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어쩌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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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8장의 첫 문장은 너무도 유명하다.


上善若水.(상선약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노자는 이어서 물의 모습을 설명한다.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꺼리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래서 도에 가깝다고 말한다.


노자가 물을 높이 평가한 까닭은 단순히 부드럽기 때문이 아니다. 이롭게 하되 차지하지 않고,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살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리더십에서 물을 생각하면 먼저 ‘유연함’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살림’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고 싶다. 물은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지 않는다. 나무를 자라게 하고, 곡식을 익게 하며,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준다. 그런데 물은 나무에게 말하지 않는다.


“네가 자란 것은 나 때문이다.”


리더도 그럴 수 있다.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일할 기회를 주고,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시간을 주며, 성과가 났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공은 한 걸음 뒤로 물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사람을 살리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낮은 곳에는 정보가 모인다


물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직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흥미롭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리더에게 올라오는 정보는 많아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실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깔끔해지고, 문제는 정리되어 올라오며, 좋지 않은 소식에는 설명이 붙는다.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닙니다.”

“현재 조치 중입니다.”

“대표님께 보고드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게 몇 단계를 거치면 현장의 거친 현실이 매끈한 문장으로 바뀐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의도적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공장으로 가고, 현장으로 가고,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신입 직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낮아진다는 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은 자기 모양을 고집하지 않는다 물을 컵에 따르면 컵의 모양이 된다. 병에 넣으면 병을 따른다.


그러나 물의 본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유연함도 이와 비슷하다.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방법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오래 조직을 이끌다 보면 자신만의 방식이 생긴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해왔다.”


이 말에는 경험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위험도 숨어 있다. 시장은 바뀌고, 기술은 달라지고, 일하는 세대도 변한다. 그런데 방법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경험은 자산이 아니라 벽이 될 수 있다. 물 같은 리더는 핵심가치는 지키되 방법에는 여백을 둔다.


“예전에는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다른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겠군.”


이 말을 할 수 있다.



물은 다투지 않지만 약하지 않다


노자의 물을 잘못 읽으면 부드럽고 순한 리더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물은 결코 무력하지 않다. 작은 물방울은 약해 보이지만 계속 흐르면 길을 만들고, 강이 되어 거대한 바위와 지형까지 바꾼다. 노자가 말하는 不爭(부쟁), 다투지 않음도 마찬가지다. 아무 의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갈등을 피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싸우지 않는 것이다.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일이 아니다. 회의에서 부하직원을 논리적으로 이겼는데 그 사람이 다음부터 아무 의견도 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얻었을까. 논쟁에서는 이겼지만 사람의 생각 하나를 잃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물 같은 리더는 묻는다.


“누가 이겼는가?”보다 “무엇이 조직에 더 좋은가?”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물의 리더십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때로 단호해야 한다. 품질과 안전의 원칙이 무너지려 할 때, 조직의 가치가 훼손될 때, 바카라임져야 할 일을 누군가 회피할 때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물은 부드럽지만 방향이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흐른다. 그러므로 유연함과 우유부단함은 다르다. 방법에는 부드럽되 원칙에는 중심이 있는 것. 그것이 물에서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리더십이다.



내가 리더라면


다음 회의에서 내가 가장 먼저 답하지 않아 보자. 먼저 물어보자.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다른 의견이 있습니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조직에서 가장 말이 적은 사람에게도 한 번쯤 의견을 물어보자. 물이 낮은 곳을 찾아가듯 리더가 먼저 목소리가 작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답을 만날 수도 있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조직에서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얼마나 자주 듣고 있는가?

내 방식과 다른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좋은 리더는 사람을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힘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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