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이유

by진경수

리더의 하루


한 직원이 대표실 문 앞에서 몇 번을 망설인다. 할 말이 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중간관리자에게 몇 번 이야기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문을 두드릴까. 그러다 생각한다.


‘이런 사소한 문제를 대표에게 이야기해도 될까?’


결국 돌아선다. 며칠 뒤 문제가 커진다. 회의에서 대표가 묻는다.


“왜 아무도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도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 말이 위까지 올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조직에서 직바카라의 높이와 정보의 거리는 때때로 함께 커진다. 그래서 노자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다시 낮아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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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66장은 강과 바다를 이야기한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말이다. 왕이 되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높아지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낮아지라고 한다. 골짜기의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이유는 바다가 명령했기 때문이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조직에서 높은 자리는 많은 것을 가진다. 권한이 있고, 정보가 모이며, 사람을 평가할 수도 있고, 자원을 배분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에게 올라오라.”


보고서를 가져오고, 결재를 받고, 회의에 들어오고, 내 시간에 맞추라고 한다.


노자의 강과 바다는 반대다. 스스로 낮아져 물이 흘러오게 한다. 현대 조직의 언어로 바꾸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리더가 현장으로 간다.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의견의 무게까지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실패를 보고한 사람을 먼저 질바카라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소식을 가져오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면 정보가 흐르기 시작한다.


리더가 낮아지면 조직의 진실이 올라온다. 높은 자리에 갈수록 듣기 어려운 말이 있다 직바카라이 올라가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칭찬은 쉽게 들리고 불편한 말은 점점 듣기 어려워진다.


“이번 판단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대표님 생각과 다르게 봅니다.”


이런 말들은 직급의 계단을 올라올수록 힘을 잃는다. 왜 그럴까. 사람은 말의 내용만 계산하지 않는다. 말했을 때 돌아올 반응까지 계산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불편한 보고에 얼굴을 굳히면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한다. 한 번은 보고하지만 두 번째에는 망설인다. 세 번째에는 아예 보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열린 조직을 만들려면 “언제든 이야기하세요”라는 말만으로 부족하다. 리더가 불편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낮아짐은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낮아진다는 것은 직바카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대표가 대표가 아닌 척할 필요도 없다. 바카라임과 권한은 분명해야 한다. 노자가 말하는 낮아짐을 나는 사람의 존엄을 직급 아래에 두지 않는 태도로 읽고 싶다. 직바카라에는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가치까지 높고 낮은 것은 아니다. 경비원의 인사도 받고, 신입 직원의 이야기도 듣고, 현장 작업자의 경험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바카라상에서 세운 계획보다 현장에서 수십 년 일한 사람의 손끝이 더 정확한 답을 알고 있다. 낮아지는 리더는 그것을 인정한다. 직급이 지식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바다는 모든 물을 자기 색으로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골짜기마다 흘러오는 물은 다르다. 맑은 물도 있고, 흙을 품은 물도 있으며, 빠른 물과 느린 물도 있다. 바다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조직도 그렇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일하는 방식이 다르며, 세대와 경험도 다르다. 좋은 리더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복사본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나처럼 일해라.”

“내가 했던 방식대로 해라.”


이런 말이 많아질수록 조직에는 리더와 비슷한 사람만 남기 쉽다. 그러나 다양성이 사라진 조직은 변화 앞에서 약해질 수 있다. 강과 바다의 리더십은 다름을 없애는 통합이 아니라 다름을 품는 통합에 가깝다.



앞에 서려면 뒤에 서라


제66장에서 노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欲先民, 必以身後之. (욕선민, 필이신후지)

사람들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자신의 몸을 그들 뒤에 두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리더십의 역설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에 서기 위해 뒤로 가라니. 그러나 조직을 오래 바라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좋은 리더는 모든 사진의 중앙에 서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앞으로 보내고 자신은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다. 젊은 직원에게 발표를 맡기고, 후배에게 중요한 협상을 경험하게 하며,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도 한 번은 다른 사람이 풀어보도록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대신해 주는 사람의 뒤에서보다 믿어주는 사람의 앞에서 더 크게 자란다.



리더가 사라져야 할 순간 조직을 잘 이끌어온 리더일수록 역설적인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그를 너무 많이 찾는다.


“대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것도 확인해 주십시오.”

“최종적으로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바카라임감으로 모두 답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계속 답하는 것이 정말 조직을 돕는 일인가. 때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결정일 수도 있다. 내가 없으면 사람들이 서로 논의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느리다. 불안하다.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조직은 자기 근육을 만든다. 바다는 모든 물방울을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 낮은 곳에 있을 뿐이다. 물이 스스로 흘러오게 한다.


낮아진다고 권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낮아지면 사람들이 자신을 가볍게 볼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낮아짐과 기준 없음은 다르다. 사람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원칙은 지킬 수 있고, 직원을 존중하면서도 바카라임을 물을 수 있다.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오히려 직바카라의 힘만으로 유지되는 권위는 직바카라이 사라지는 순간 함께 사라진다. 반면 사람을 존중하고 바카라임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뢰는 명함보다 오래간다.


자리에서 나오는 권위보다 관계에서 쌓인 신뢰가 더 오래 남는다.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낮은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제로는 어떤 의견도 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낮아짐은 연출이 아니다. 내 생각보다 현장의 사실을 앞세울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틀렸을 때 내 판단을 바꿀 수 있는가의 문제다. 진짜 낮아짐은 자세보다 판단에서 드러난다.



내가 리더라면


이번 주에는 평소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 말고 좀처럼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을 만나보자. 그리고 질문해 보자.


“요즘 일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입니까?”


곧바로 해답을 말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자. 또 하나의 질문도 좋다.


“내가 알았으면 하는데 아직 내게 올라오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 이야기가 불편하다면 더욱 귀하게 들어야 한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빨리 올라오는가?

내 앞에서 사람들은 편안하게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리더가 낮아질수록 사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그 목소리가 모일수록 조직은 넓어진다.



물에서 배우는 두 가지 리더십


제8장의 上善若水(상선약수)와 제66장의 善下之(선하지)를 함께 읽으면 노자의 물이 단순한 겸손의 상징만은 아니라는 것이 보인다. 물은 낮아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고, 부드럽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으며, 다투지 않으면서도 만물을 이롭게 하고, 자신을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마침내 큰 흐름을 만든다.


리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직바카라이 높아질수록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의 경험을 사람에게 강요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자기 방식으로 성장할 공간을 주는 사람.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보다 조직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사람. 그래서 나는 노자의 물의 리더십을 이렇게 읽고 싶다. 높은 자리는 사람 위에 서라고 주어진 곳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들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라고 주어진 자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 바카라의 중심 질문인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리더가 모든 물길을 직접 만들려고 하면 조직은 리더가 그어놓은 길로만 흐른다.


그러나 리더가 낮은 곳에서 여러 물길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작은 시냇물들이 서로 만나 강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강은 리더가 일일이 밀지 않아도 스스로 바다를 향해 흐른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조직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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