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드러낼수록 리더는 작아진다

by진경수

리더의 하루


어렵게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회의실 분위기가 좋다. 실적도 기대 이상이고 고객의 반응도 괜찮다. 누군가 말한다.


“이번 결정이 정말 좋았습니다.”


리더에게 기분 좋은 순간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어떤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요.”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리더가 방향을 잡았을 수도 있고, 반대가 많았을 때 끝까지 밀어붙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나오고 나면 회의실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다. 밤늦도록 자료를 만들었던 사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했던 사람, 실패할 뻔한 순간에 대안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름은 그 말 뒤로 사라진다. 성과는 여러 사람이 만들었는데 공은 한 사람에게 모인다. 리더는 자신을 크게 보이게 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조금 작아질 수 있다.


노자는 오래전에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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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24장에는 리더가 특히 경계할 만한 네 문장이 이어진다.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자견자불명, 자시자불창)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자벌자무공, 자긍자불장)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람은 밝지 못하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사람은 빛나지 않으며,

스스로 공을 자랑하는 사람은 공이 드러나지 않고, 스스로를 뽐내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노자는 왜 이렇게까지 ‘自’, 자기 자신을 앞세우는 것을 경계했을까. 나는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오늘의 회의실을 떠올린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리더는 본래 잘 보이는 자리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바라본다. 리더의 말은 기록되고, 판단은 조직의 방향이 되며, 성과가 나면 이름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내가 했다.”

“내 판단이 맞았다.”

“내가 아니었으면 어려웠다.”


처음에는 자신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복되면 조직은 다른 것을 배운다. 성과를 만드는 것보다 성과의 주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러면 구성원도 자기 공을 챙기기 시작한다. 협업보다 실적의 소유권을 따지고, 실패에서는 바카라임자를 찾고, 성공에서는 자기 이름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리더의 작은 자기과시가 어느새 조직문화가 된다. 리더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안다 경험을 돌아보면 정말 잘한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아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순간에 누가 바카라임졌는지, 누가 뒤에서 묵묵히 일을 했는지, 누가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렸는지. 조직은 생각보다 잘 기억한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때로 자기 공을 설명하지 않는 여유가 필요하다. 성과가 나왔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정말 수고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김 과장이 처음 제안했습니다.”

“실무진이 끝까지 해결해 냈습니다.”


리더가 자신의 몫을 하나 덜 가져갈 때 다른 사람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름이 불린 사람은 다음 일을 자기 일처럼 하기 시작한다. 인정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내가 옳다’는 말이 위험한 이유 제24장에서 더욱 눈여겨볼 구절은 自是者不彰(자시자불창),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밝게 드러나지 못한다는 대목이다. 리더에게 자기 판단에 대한 확신은 필요하다. 문제는 확신이 독점된 진실이 될 때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알아.”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이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났어.”


이런 말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어느 순간 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다. 리더가 언제나 옳아서가 아니다. 다른 말을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회의는 위험해진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회의가 될 수 있다. 박수는 리더에게 가장 달콤한 함정이다 리더의 자리가 높아질수록 듣기 좋은 말이 가까워진다. 성과가 좋으면 칭찬이 따라오고, 성공이 반복되면 리더의 판단을 믿는 사람도 많아진다.


바로 그때 자신을 살펴야 한다. 내 주변에는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회의에서 누군가 내 의견에 편안하게 반대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나에게 사실을 말하는가, 아니면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골라서 하는가. 리더가 자신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점점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을 조금 낮추면 사람들의 생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리더십은 내가 얼마나 빛나는가 보다 내 곁의 사람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가로도 드러난다.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그렇다고 리더가 자신을 감추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직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는 분명하게 말해야 하고, 위기에서는 앞에 서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사용하는 것도 바카라임이다.


노자가 경계하는 것은 존재감 자체라기보다 자신을 과도하게 앞세우고 자신의 옳음과 공을 스스로 주장하는 태도에 가깝다.


겸손과 무바카라임은 다르다. 낮아짐과 숨는 것도 다르다. 좋은 리더는 필요할 때 앞에 서되, 성과가 났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준다.



내가 리더라면


다음번 성과회의에서는 ‘내가’라는 말을 조금 줄여보자. “내가 지시했습니다” 대신 “우리 팀이 해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자.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누가 위기를 막았는지, 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마무리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수고가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움직일 힘을 얻는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성공을 설명할 때 ‘나’와 ‘우리’ 가운데 어느 말을 더 자주 사용하는가?

내 조직에는 내 판단에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자신의 빛을 조금 낮추는 리더 곁에서 사람들의 빛은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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