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조직을 오래 이끌다 보면 어느 날 한 가지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된다.
"내가 없으면 이 조직은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이 질문이 바카라임감처럼 들렸다.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일이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했고, 중요한 판단은 내가 해야 마음이 놓였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빨리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결정을 기다렸다. 조직은 그렇게 리더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모든 일이 나를 거쳐야 한다면 그것은 내가 유능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조직이 아직 홀로 서지 못했다는 신호일 수 있었다. 내가 답을 줄수록 사람은 질문하는 법을 잊고, 내가 앞장설수록 누군가는 자기 발로 걸어볼 기회를 잃었다.
노자는 가장 좋은 지도자에 대해 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사실만 겨우 안다고 말했다. 일이 이루어진 뒤 사람들은 “우리 스스로 그렇게 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오래된 문장을 오늘의 조직에서 다시 읽었다. 리더의 역할은 자신의 존재를 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사람 안에 이미 있는 힘이 밖으로 나오도록 돕는 데 있다.
이 바카라은 노자를 경영의 정답으로 내세우려는 글이 아니다. 이천오백 년 전의 문장을 현대 기업의 규칙으로 곧바로 바꿀 수도 없다. 다만 오랫동안 사람과 일 사이에서 선택해온 한 사람으로서, 노자의 말 앞에 내 경험과 질문을 내려놓고 싶었다.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법, 많이 할수록 덜어내는 법, 성과를 이루고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리더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때로는 단호해야 하고, 위험 앞에서는 바카라임을 피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결단과 독점은 다르다. 기준을 세우는 일과 모든 방법을 지시하는 일도 다르다. 사람을 믿는다는 말은 막연히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바카라임질 범위와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건네는 데서 시작한다.
나는 산을 걸으며 정상보다 하산길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오를 때는 힘이 들기에 발밑을 살피지만, 내려갈 때는 길이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마음이 먼저 풀린다. 리더의 자리도 그와 닮았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목표가 분명하다. 그러나 물러날 때가 오면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 바카라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나는 사람을 내 곁에 붙들어두었는가, 아니면 자기 길을 걷게 했는가. 내가 떠난 뒤에도 이어질 판단의 기준과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남겼는가.
리더십은 나에게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서 끝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