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아는 사람보다 자신을 아는 사람

by진경수

리더의 하루


회의가 끝난 뒤에도 한 사람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이번 결정은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료를 다시 살펴보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다.


‘왜 하필 회의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

‘내 판단을 믿지 못한다는 것인가.’


처음에는 그 직원의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쯤 지나 마음을 들여다보니 다른 것이 보인다. 문제는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의견을 들은 것일까. 아니면 도전을 받았다고 느낀 것일까.


리더에게 자기 성찰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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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33장에는 리더가 오래 품어볼 만한 문장이 있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지인자지 자지자명)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는 뜻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노자가 智(지)와 明(명)을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을 알아보는 것도 능력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에는 또 다른 밝음이 필요하다.


나는 이 ‘明’을 리더가 자기 마음에 켜두어야 할 등불처럼 읽고 싶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리더가 되면 남을 판단할 기회가 많아진다.


“저 직원은 추진력이 있다.”

“저 사람은 바카라임감이 부족하다.”

“이 사람은 리더감이다.”

“저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기기 어렵다.”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을 보는 눈도 생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 어려운 질문이 필요해진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왜 그렇게 조급해지는가. 누군가 내 의견에 반대하면 왜 불편한가. 나는 정말 조직을 위해 이 결정을 내리는가, 아니면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은 것인가. 일을 맡기지 못하는 이유는 직원의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내가 통제권을 놓기 어려워서인가. 이 질문들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보다 불편하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자신을 모르는 리더는 자기감정을 조직의 문제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불안은 조직의 일이 된다


리더의 내면은 개인적인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리더가 불안하면 보고가 많아진다. 진행 상황이 궁금해 수시로 확인한다.


“어디까지 됐습니까?”

“문제없습니까?”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각각은 사소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지시가 반복되면 구성원은 어느 순간 일을 잘하는 것보다 리더를 안심시키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반대로 리더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반대 의견이 줄어든다.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리더가 자신을 알지 못하면 그의 불안과 자존심과 욕심이 조직의 제도와 문화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자기 인식은 개인적인 수양에 머물지 않는다.


리더의 자기 인식은 조직의 안전장치다.



성공할수록 자신을 보기 어려워진다


실패할 때는 자신을 돌아보기 쉽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성공할 때는 다르다. 사업이 잘되고 성과가 쌓이면 내가 옳았다는 확신도 함께 커지기 쉽다. 경험은 귀한 자산이지만 위험한 순간도 있다.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판단을 보증한다고 믿기 시작할 때다.


“내가 해봐서 안다.”


이 한마디가 조직에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닫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제의 경험은 오늘의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의 정답까지 보장하는 해답지는 아니다. 자신을 아는 리더는 경험을 버리지 않는다. 대신 경험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는 이렇다. 그러나 지금은 다를 수도 있다.’


그 한 칸의 여백을 남긴다. 그곳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온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약점을 찾는 일이 아니다


자기 성찰을 지나치게 자기비판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부족한 점만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좋은 판단을 내리는지, 무엇에 쉽게 흔들리는지, 어떤 사람의 의견은 잘 듣고 어떤 사람의 말에는 유난히 방어적으로 반응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


이 지점에서 제33장의 ‘自知’는 자연스럽게 제71장의 ‘知不知’로 이어진다. 자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지식에도 경계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자기 확신이 나쁜 것은 아니다. 위기에서는 결단해야 하고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自知’를 우유부단함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확신을 가지되 그 확신을 점검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왜 이렇게 판단했는가. 반대 자료가 나오면 생각을 바꿀 수 있는가. 내 결정에 자존심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가. 자기 성찰은 결정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에 가깝다.



내가 리더라면


다음 회의에서는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 전에 내 마음을 한번 살펴보자.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이 나왔을 때 바로 반박하지 않고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저 말이 틀려서 불편한가, 아니면 내 생각과 달라서 불편한가?”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또 하나를 물어보자.


“내가 지키려는 것은 조직의 이익인가, 내 판단의 권위인가?”


이 짧은 질문이 의외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반대 의견을 들었을 때 내용부터 듣는가, 말한 사람부터 보는가?

내가 자주 개입하는 것은 정말 일이 위험해서인가, 아니면 내가 불안해서인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사람을 읽는 눈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 마음을 비추어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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