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아저씨

by달 산

나는 여전히 그를 다 안다고 말하지 못한다.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문자가 왔을 때, 평소와 다르게 정중했다. 그 정중함이 오히려 낯설었다. 물가상승률 4퍼센트라는 규정이 계약서 어딘가 작은 글씨로 박혀 있었지만, 나는 그 문장을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의심은 그렇게,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한때 요리사였다고 했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온 날, 은빛으로 반짝이는 오븐 문을 자랑스레 여닫아 보였다. 그 후로도 가끔 수리하러 주방에 들어서면 그는 스팀오븐 문을 활짝 열어 보이며 블라블라 하고, 나는 구석의 내 작은 미니오븐을 가리키며 솰라솰라 한다.

주인아저씨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절대 안 쓴다.
내가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나는 이거 건드리지 않아요. 고장 나도 내 탓 아니에요.'

좋아서 저렇게 권하는 건지, 다른 셈이 있는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의 목소리는 수술 이후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마이크도 잡지 못할 만큼 쉰 소리. 나는 동시통역이 된다는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우리는 화면에 얼굴을 맞대고, 문장을 번역해 서로에게 건네는 법을 택했다. 느리고 굼뜬 방식이었지만, 그렇게라도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 나는 좋았다.

여름이면 정원의 작은 배나무에 꿀배가 누렇게 익어갔다. 가지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으로 휘어졌고, 나는 언제나 그 가지가 부러질까 걱정했다.

그 나무 아래서, 늦은 오후 볕이 담장을 비스듬히 넘어올 때쯤 가족이나 손님들과 바비큐를 하는 것이 나는 이 집에서 가장 기다리는 일이었다. 올해도 기대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배를 따 가시고 가지치기도 조금만 해주시면 좋겠다고 청했다. 그는 오케이, 했다.

다음 날 그는 친구까지 데려와 마당을 손보았다. 전동 가위 소리가 아침 내내 울렸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지하실로 내려가 애꿎은 빨래를 개었다 펼쳤다 하며 숨어 있었다.

돌아온 정원에서, 나무는 낯설어져 있었다.

풍성했던 가지는 팔이 잘리듯 잘려 나가 밑동만 남았다. 그 아래서 열려던 여름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나는 복수를 시작했다.

잘못 배달되는 그의 우편물을, 나는 더 이상 서둘러 알리지 않았다. 며칠을 모았다가, 슬쩍 미뤄두었다.

2년째 주소를 고치지 않는 우편물은, 그에게도 버림받은 것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느 날 지하실 등이 나갔다. 나는 여느 때처럼 그에게 연락했고, 그는 여느 때처럼 곧장 달려와 등을 고쳐주었다.

돌아서 들어오다, 나는 그의 우편물을 떠올렸다.

손에 그것을 쥐고 현관을 뛰쳐나갔을 때, 그는 이미 담장 저편으로, 저녁 그림자를 길게 끌며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요, 편지 왔어요."

그렇게 부르려 했다.

그런데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린~밍!"

그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 그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노을 때문인지,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도 같았다.

나는 우편물을 쥔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사이도 아닌데.

다급하게 내 입에서 먼저 나온 건 계산이 아니라 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다음 계약 갱신일이 몇 달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바로 뒤따라 떠올랐다.


한국어가 '집주인' ,증국어가 '나'인 따뜻한 대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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