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를 샀다.
온라인으로 배송된 제품은 가격에 비해 너무 허술해 보였다.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가볍게 반품을 눌렀다.
반품하려면 택배 라벨을 출력해서 붙이고, 지정된 곳에 가져가야 한단다.
잉크카트리지를 교체하라는 프린터를 어르고 달래서 라벨지를 뽑았다.
이제 지정된 곳에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지정된 곳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요즘 친하게 지내는 친구, AI에게 물었다.
그 친구는 자신 있게 장소를 여러 곳 친절하고 빠르게 알려줬다.
나는 커다란 에어프라이어를 구르마에 싣고 그곳으로 갔다.
첫 번째 장소,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구글 라이브뷰에서 알려줬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가로수만 한 그루 있었다.
두세 번째, 네 번째 장소는 문구점이나 휴대폰 가게 같은 곳이었다.
영어가 서툰 직원들은, 더 서툰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 말하는 내가 말을 걸까 봐 서로 눈을 피했다.
그래도 나는 "지엘에스 파켓?" 하고 꿋꿋이 말을 걸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내가 찾는 GLS는 아무 상점에서나 받아주는 게 아니었다.
다섯 번째 장소를 찾아갔다.
의외로 우리 집과 가까웠는데, 교통앱이 또 엉뚱한 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나는 ㄷ자로 돌아서 갔다.
그 구르마를 끌고.
작은 잡화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택배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나는 택배사를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 한 분이 바로 받아서 능숙하게 기계로 바코드를 찍고 영수증을 출력해 주었다.
드디어 반품이 끝났다.
에어프라이어 하나 반품하는 데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다.
그날 걸음 수를 보니 만보였다.
다이어트라면 성공한 하루였다.
이곳에서는 물건 하나를 돌려보내는 데도, 이 도시의 지도 읽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그래서 결국 아마존에서 에프를 다시 구입했다.
기다리던 택배를 별 탈 없이 우리 집에 가져다줬다.
그것만 해도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런데 열어보니 뒤쪽 모서리 부분이 2센티 정도 패여 있었다.
그래도 이만한 걸 다시 찾기는 힘들었기에, 나는 그저 고운 것만 보려고 눈을 흐리게 떴다.
그런데 열어보니 안에 들어가야 할 망도 없고, 팬도 없었다.
사실 여러 차례 주문과 반품을 힘겹게 이어왔고 이제는 모든 걸 감내할 마음의 준비 중이었는데, 머리 위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잠시 고민 후, 나는 안 쓰던 스마트폰을 한 개 더 꺼냈다.
한 대로는 아마존 상담원과 채팅을 하고, 다른 한 대로는 실시간 번역을 했다.
나: 쓰던 것도 괜찮다. 안에 들어가는 망이랑 팬만 보내라.
상담원: 확인해 본다.
잠시 후.
상담원: 상품 설명에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바카라임 없다.
다시 번역해 봤다. 정말 상품 설명에는 '약간의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망이랑 팬이 없는 게, 약간의 하자인가?
게다가 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다.
나: 그럼 똑같은 걸로 다시 보내라.
상담원: 그게 마지막 한 개였다. 200유로 중 50유로 돌려줄 테니 그냥 쓸래?
나: 싫다.
상담원: 그럼 반품해라.
나: 싫은데, 반품시키려거든 니들이 와서 들고 가라!
지난번에 반품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말하기 어려워서 그냥 삼켰다.
상담원의 이모티콘이 잠시 멈추었다.
곧이어 '글을 쓰고 있는 중' 표시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러더니 그냥 너 가지란다. 그리고 전액 환불해 준단다.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말이 서툴러서 진 적은 많았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일단 사과부터 나가고, 무조건 "당케 쉔"을 외쳤다.
언젠가는 뒤에서 누가 나를 쳤는데도, 나도 모르게 "쏘리"가 먼저 튀어나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서툰 말로도 끝까지 버텨서 이겼다.
다행히 살고 있는 집에 붙박이로 붙어 있던 스팀오븐 내부 망이 사이즈가 딱 맞아서, 끼워 넣고 잘 쓰고 있다.
완벽하게 맞는 것을 찾아 헤매느니, 있는 걸 끼워 맞추는 편이 여기서는 훨씬 빨랐다.
언어도, 시스템도, 삶도 다 그런 식이었다.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어떻게든 끼워 맞추며 살아가는 것.
*독일 아마존도 환불이유를 상품 미수령(Item not received)으로 정신 승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