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숙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꽤 많은 것을 확인한다. 침대는 충분한지, 주차가 가능한지. 핸드폰 화면에 엄지와 검지를 폈다 오므렸다 하며 사진을 확대해 보고, 후기도 꼼꼼히 읽는다. 별점 4.6과 4.9 사이에서 고민하고, 후기 325개짜리 집과 후기 2개짜리 집 사이에서 저울질한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살펴봤다고 해도 예약 화면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직접 가야만 느껴지는 그 집만의 공기와 냄새, 그리고 그 안에서 하루를 보내게 될 우리 가족의 표정과 목소리다.
어떤 집에 도착하면 사진보다 훨씬 좁아서 당황하기도 하고, 어떤 집에서는 침구에 노란 머리카락이 붙어 있어서 돌돌이가 절실해지기도 한다. 또 어떤 집에서는 전자레인지 다이얼 표시가 다 지워져 있어서 이게 해동인지 그릴인지 감으로 때려 맞혀야 했다.
불편함이 느껴지는 순간을 만날 때마다 '이건 숙소 후기에 마이너스로 남겨야지.'라고 생각한다. 뭐부터 말할까 우선순위를 잡아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만난 황홀한 달빛이 창가를 비추면 그 별점을 깎아먹으려 했던 내용들을 홀라당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집'을 통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후기를 남기려 하면 말이 길어지고, 별을 몇 개 줘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안 좋았던 점을 강하게 적었다가 다시 지우고, 에둘러서 말하려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하고 숙소의 단점들을 못내 삼켜본다.
첫인상이 별 다섯 개였어도 며칠 묵어보면 불편한 점들이 삐죽삐죽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좋았다고 기억하는데 남편은 별로였다고 기억하는 집도 있다.
같은 집에 있었는데도, 기억하는 장면은 제각각이다. 동상이몽이라던가. 어쩌면 우리는 한 집에 살면서도 매번 다른 집에 머문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유럽의 스무 곳이 넘는 집을 거쳐왔다. 소 냄새가 나던 집도 있었고, 거인국 같던 집도 있었고, 네 개의 문을 통과해야 신발을 벗을 수 있던 집도 있었다. 어떤 집은 도착하자마자 후회했고, 어떤 집은 떠나는 날이 매우 아쉬웠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은 숙소'와 '별로였던 숙소'를 구분해서 써보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기준으로 나눌 수 없는 집들이 생겨났다. 불편했는데 좋았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름다웠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해놓고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집.
나 스스로도 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 집들이 늘어갈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히려 많아졌다. 그 당시 느꼈던 세세한 감정들과 사소했던 냄새와 소리들도 덩달아 따라왔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집들은 단순한 숙소 후기라기보다, 그 집과 우리 가족의 이야기다.
그때, 그곳에 있었던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