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숙소는 문 여는 것부터 다르네

by지노아

아이들 뇌는 심심할 때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던가.

그래서 차 안에서는 되도록 태블릿 대신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려 노력해 본다. 끝말잇기, 무한고개(스무고개에서 파생된 게임), 이야기 이어짓기를 돌아가며 하다 지치면 웃긴 라디오 사연을 들으며 깔깔댄다. 그러다 도착 10분 전이 안내되면 다들 자세를 고쳐 앉고 창밖 풍경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또 어떤 집일까?"로 시작해서 저마다 원하는 집을 늘어놓는다.


숙소가 위치한 곳이 작은 마을일수록 일방통행 길이 많아서 눈앞에 집을 두고도 한참을 빙 둘러가야 할 때도 있다. 우리가 쓰는 구글 지도는 매번 도착 100미터 앞에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를 선언하고 야속하게 안내를 끝내버린다. 좀 더 친절해도 좋으련만. 목적지에 도착은 했는데 목적지가 안 보이는, 이 기묘한 상황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어렵게 주차까지 마치고 나면 이번엔 체크인 차례가 온다. 호스트가 직접 열쇠를 건네며 집을 소개해주는 곳도 있고, 셀프 체크인인 곳도 있다. 셀프 체크인은 왠지 모르게 마음은 편한데 몸은 편하지 못하다. '열쇠'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물쇠가 달린 작은 열쇠함, 일명 키박스 안에 열쇠가 들어 있는데, 보통 눈에 잘 안 띄는 검은색이라 호스트가 미리 알려줬다고 해도 결국은 다시 찾아 헤매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 보물 찾기의 승자는 매번 아이들 쪽이다. 어른은 이성적으로 찾으려 들고, 아이들은 그냥 신이 나서 찾는다. 역시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어렵게 찾은 열쇠를 구멍에 넣고 익숙하게 두 바퀴 휙휙 돌려 당겼는데 문이 꿈쩍도 안 한다. 다시 돌려보고, 반대로도 돌려보고, 밀었다 당겨도 본다. 내가 믿던 방법이 틀렸을 때, 당황은 이렇게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문과 씨름을 하고 있으면 또다시 아이들이 등장한다. "내가! 내가 해볼게!" 그럼 이제부터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남편이 먼저 도전하고, 실패하면 다음은 나. 나도 안 되면 큰 아이, 그다음은 작은 아이. 쪼르르 줄을 서서 한 명씩 열쇠를 넘겨받는 이 릴레이는 매번 은근히 진지해진다.

그러는 사이 트렁크 속, 집에서부터 얼려서 가져온 양념목살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응원한다.


그러다 누군가의 손에서 딸깍, 문이 열리면 그 순간 함성이 터진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우르르 뛰어들어가 방마다 문을 열어보며 탐색을 시작하고, 남편은 그 틈에 혼자 남아 방금 어떻게 열렸는지를 곱씹는다. 이 문은 앞으로 며칠간 우리가, 정확히는 남편이 매일 열어야 할 문이니까.


한 번은 내가 문을 열었는데, 정작 나도 내가 어떻게 열었는지 몰랐다. 그냥 빨리 열고 싶은 간절함이 통했던 건가. 심지어 그 문은 열쇠구멍에서 열쇠가 잘 빠지지도 않는 문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문이 열린다.


그리고 먼저 들어간 선발대가 소리친다.

"오예! 여기 좋아!"


아이들 입에서 좋다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이 집에 닌텐도가 있거나 넷플릭스가 나오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이다. 맨발로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끈적이지 않으면 합격이고, 어딘가 귀여운 소품이나 인형 하나라도 놓여 있으면 마음을 반쯤 열어준다. 웰컴 초콜릿이 침대 위에 살포시 놓여 있으면, 반대표 없이 만장일치로 좋은 숙소가 된다.


사진을 몇 번이나 확대해 보고, 후기를 정독하고, 주차 자리까지 확인하지만, 결국 첫인상은 이 몇 초 안에 결정 나 버린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사진 속에서는 하나같이 그럴듯했던 집들이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만지고 걸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진다. 매번 그 놀이가 바뀌니, 집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그리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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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파트 입구에는 "동+호수+초인종 버튼을 눌러주세요" 하는 스마트 도어락이 있다면,

유럽 아파트 입구에는 각 집마다 초인종 버튼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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