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사진을 믿고 갔다가 '이게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여행 계획을 세우며 우연히 눈에 띈 사진은 황홀했고, 그 배경 앞에 서 있는 우리 가족을 상상하면 여긴 꼭 가야 하는 인생 여행지 같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멋진 것은 딱 사진 속 그 풍경뿐이었다. 카메라를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주차장이 있고, 이리저리 각도를 틀어봐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평범한 풍경이 이어졌다.
사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눈앞에 일명 '저기 가자' 필터가 씌어 있었을 뿐.
숙소도 비슷했다.
사진만 보고 숙소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이제는 사진이 조금씩 읽히기 시작했다. 광각 렌즈로 찍은 사진, 거울이 프레임 안에 슬쩍 들어와 있는 사진. 이런 사진에는 대개 실제 공간보다 넓어 보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지나치게 깔끔하게 보정된 사진도 의심의 대상이다. 가끔 뽀샤시 필터가 적용된 사진도 봤다. 실제로,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는 사진 보정에 관한 강의나 자료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숙소 소개글과 사진이 서로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소개글에는 분명 ‘침대’라고 적혀 있는데, 알고 보면 소파베드인 경우가 있다. 운전을 도맡는 남편은 장거리 운전 뒤 편안한 침대에서 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케아 매장에 갈 때마다 소파베드 모델을 눈여겨봤다. 이제는 사진만 보고도 저게 소파베드인지 진짜 침대인지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한 숙소에서는 주방 사진이 애매했다. 그릇장 위에는 커피포트와 칼, 전자레인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옆에는 냉장고까지 있었다. 예약 전 호스트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급하게 숙소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방의 일부만 찍었나 보다.' 하고 넘겨짚어버리고 숙소를 예약했다.
도착해서 보니, 주방이 없었다.
다행히 냉장고는 있어서 과일이나 음료 정도는 먹을 수 있었지만 인덕션도, 싱크대도 없었다. 사용한 접시와 컵 설거지를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마당의 야외 수돗가에서 씻으면 된다며 “노 프라블럼”을 외쳤다. 마당으로 나간 내 앞에는, 어릴 적 우리 할머니가 대야에 물 받아 소꿉장난 하셨을 법한, 오래된 모양새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숙소에서 이틀을 묵어야하는데. 머무는 동안 내내 밖에 나가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나?’ 접시를 하나씩 헹굴 때마다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후회도 짝꿍처럼 따라붙었다. '숙소 예약할 때 사진 좀 자세히 볼걸. 최소한 물어나 볼걸.' 그렇게 나는 숙소에 왔지만 야외 취사 감성을 온몸으로 느껴봤다.
후기 사진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많은 후기가 쌓인 숙소는 많은 손님들이 다녀간 곳이고 그만큼 다양한 후기와 키워드들을 통해 내가 원하는 숙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후기가 몇 개 없는데 평점이 높은 숙소는 살짝 고민이 된다. 그런데 남편은 오히려 이런 신설 숙소일수록 준비를 더 꼼꼼히 해뒀을 것이고, 게스트에게 더 신경 쓸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도전적인 생각으로 재미있는 숙소를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사진을 뜯어보는 습관이 붙었으니, 이제 우리는 웬만해서는 안 낚일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그릇장 사진은 있는데 싱크대 사진이 없다'는 상황을, 우리는 그 뒤로도 한 번 더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집에서는 사진 속 아늑함이 밤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훤한 방으로 뒤집혀 버리는 일까지 겪는다.
<나머지 벽에 싱크대가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숙소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