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문을 여는 사람

by지노아

문 앞에 서면 늘 두 가지 마음이 든다.
이번엔 어떤 집일까 하는 기대와,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긴장감.


열쇠를 꽂는다. 한 번 돌리고, 다시 한 번 돌린다.
찰칵.


그 짧은 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가족 넷의 표정은 조금씩 달라진다. 아이들은 빨리 들어가 보고 싶어 하고, 남편은 숙소 주변을 확인하고, 나는 집 인테리어가 어떨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사진으로 보던 집과 정말 같은 집인지, 냄새는 어떤지, 침대는 편한지, 주방에는 무엇이 있는지. 때로는 “와, 여기 진짜 좋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때로는 네 사람 모두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때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유럽 곳곳의 집 스무 채가 넘는 곳에서 며칠씩 살아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숙소였다.
하룻밤 자고, 아침에 짐을 싸서 떠나면 그만인 곳.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이들이 그 집들을 별명으로 기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소 냄새 나던 집 기억나?”
“변기가 엄청 높았던 집!”
“팬티 방 안에 널었던 데!”


프라하인지, 크로아티아인지, 독일의 어느 작은 마을인지보다 아이들에게는 그 집에서 있었던 일이 먼저였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그랬다.

어느 집의 문고리는 유난히 뻑뻑했고, 어느 집의 계단은 올라갈 때마다 삐걱거렸다. 어떤 집에서는 주방이 없다는 사실을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고, 어떤 집에서는 열쇠 하나를 붙잡고 한참을 이쪽저쪽으로 돌려야 했다. 소파베드를 침대라고 믿고 들어갔다가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집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행은 그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는 관광지를 보러 떠났지만, 돌아와서 더 오래 이야기한 것은 의외로 그곳에서 며칠을 살았던 집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우리는 왜 호텔이 아니라 집을 빌리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왜 잠시 머물렀을 뿐인 그 집들이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 걸까.


이 바카라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유럽 여행의 멋진 장소들을 소개하려는 바카라도, 어느 숙소가 좋은지 별점을 매기는 바카라도 아니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다시 문을 닫고 나올 때까지, 그 집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며칠 간의 이야기다.

때로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때로는 사진과 너무 달랐으며, 가끔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불편했던 집까지 기억에 남았다.

밥을 하고, 빨래를 널고, 아이들을 달래고, 길을 잃고, 웃고, 때로는 투덜거리며 보낸 우리 가족의 며칠.

어쩌면 여행의 기억은 유명한 장소보다,
그곳에서 어떻게 하루를 살았는가에 더 오래 머무는지도 모른겠다.


이제 그 문들을 하나씩 다시 열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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