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도 아무나 못 한다

2등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

by조병묵

많은 이들이 2등을 1등이 되다 만 자리라 여긴다. 착각이다. 2등은 1등의 축소판이 아니다. 아무나 1등이 될 수 없듯, 2등도 아무나 되지 않는다. 2등의 선택이 1등에게 족쇄를 채우려면 2등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세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드는 기술, 파는 기술, 그리고 만든 것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운영의 기술이다. 창업은 대개 하나로 한다.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고객선이면 팔 수 있다고 믿는다. 둘 다 맞고, 초기 성장은 실제로 일어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잘 만들되 원가경쟁력을 갖추려면, 잘 팔되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려면 운영이 있어야 한다. 앞의 둘은 기회를 만들고, 운영은 그 기회를 성공으로 견인한다. 1등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는 2등은 운영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고객이 사는 것은 둘이다. 상자 안에 든 핵심제품, 그리고 기대한 결과를 얻기까지 필요한 전부인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이다. 제때 오는 배송, 두 번째 주문에도 같은 품질, 다투지 않고 끝나는 환불. 얼리어답터는 핵심제품을 사지만, 그 뒤에 오는 다수의 고객은 완전완비제품을 산다. 그들은 모험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으려고 온 사람이다. 핵심제품을 구현하는 것은 만드는 기술이지만, 완전완비제품을 만드는 것은 운영의 기술이다. 재구매와 추천이 여기서 갈린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식품 제조사는 30년간 남의 상표를 붙여 물건을 만들었다. 만드는 기술은 최고였고, 파는 기술은 없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온라인 매장을 내자 매출이 다섯 배가 됐다. 그런데 2년째 통장은 더 얇아졌다. 매출이 늘수록 재고가 늘고, 재고가 늘수록 현금이 잠겼다. 대표는 결국 사업을 축소했다. 팔 줄은 알게 됐는데, 판 것을 감당하는 법, 운영의 기술은 아직 몰랐다.


또 한 회사는 반대였다. 3년간 남의 브랜드를 대신 수출했다. 자기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 통관과 물류와 재고회전을 몸으로 익혔다. 4년차,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브랜드를 사들여 자기 방식으로 팔았다. 만드는 일은 남에게 맡겼다. 다만 아무에게나 맡기지는 않았다. 원가와 품질, 납기와 수급을 함께 감당할 공장을 돌고 돌아 찾아냈다. 단가를 깎는 하청이 아니라 같이 개발하는 파트너로 만들었다. 세 기술 중 둘은 빌리고 하나만 소유한 셈이다. 그런데 빌리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했다. 그 기술이 운영이었다.


둘째, 고객에 대한 이해다. 흔한 오해가 있다. 지키려는 1등보다 뺏으려는 2등이 고객을 더 잘 안다는 생각이다. 오해다. 반대다. 1등이 더 잘 안다. 고객이 많으니 피드백이 많고, 마케팅 조사에 쓸 돈도 많다. 그런데도 2등에게 기회가 오는 이유는 하나다. 1등은 아는 것을 실행하지 못한다.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 포기할 수 없는 현재의 매출과 이익이 가로놓여 있다. 1등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저울질하는 중이다.


경영학은 이것을 혁신가의 딜레마라 부른다. 1등이 무너지는 이유는 경영을 못해서가 아니라 잘해서다. 가장 큰 고객의 말을 듣고, 가장 수익성 높은 시장에 자원을 넣는다. 하나하나 옳은 판단이다. 그 옳은 판단들이 작고 이상하고 돈 안 되는 시장을 자꾸 뒤로 미루게 만든다. 1등의 눈은 넓다. 넓어서 얕다.


그래서 2등은 반대로 봐야 한다. 넓이로 이길 수 없으니 깊이로 이겨야 한다. 필자가 MIT를 방문했을 때 만난 에릭 폰 히펠 교수는 평생 한 가지를 파고든 사람이다. 혁신의 씨앗은 평균 고객이 아니라 선도 사용자(Lead User)에게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전체가 몇 년 뒤에 원하게 될 것을 지금 원하는 사람들이다.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직업으로 제품을 리뷰하는 크리에이터, 기록이나 승리 등 자신의 퍼포먼스에 집착하는 동호회 마니아. 시장의 0.1%다. 이들의 요구는 까다롭고 구체적이다.


100만 명의 데이터는 평균으로 수렴하지만,

100명의 요구는 문장으로 남아 시장의 기회, 블루오션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 준다.


현장에서 만난 한 등산장비 회사는 신제품을 시장에 내기 전에 겨울 산악 가이드 서른 명에게 먼저 줬다. 여섯 달 동안 돌아온 것은 불평뿐이었다. 장갑을 낀 채로는 버클이 안 잠긴다, 영하 20도에서 끈이 얼어붙는다. 대기업은 서른 명을 위해 금형을 바꾸지 않는다. 이 회사는 바꿨다. 이듬해 그 서른 명이 쓴 후기가 일반 등산객의 구매 기준이 됐다. 1등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는 2등은 0.1%의 고객을 알고 있다.


셋째, 전략과 용기다. 2등은 늘 두렵다. 마케팅이든 배송이든 가격이든 구조적 열위를 스스로 안다. 그래서 2등의 시도는 대개 그럴듯한 시도에서 멈춘다.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 어딘가에 이미 앉아 있기 때문이다.


용기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한 횟수다. 전략 이론은 전략의 본질을 되돌릴 수 없는 자원 투입, 커미트먼트(Commitment)로 정의한다.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전략이 아니라 선택지다. 선택지를 아무리 많이 쥐고 있어도 시장은 그것을 전략으로 읽지 않는다. 협상 이론은 한 걸음 더 나간다. 스스로 퇴로를 끊은 쪽이 이긴다고 말한다. 물러설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된다는 것이다. 2등의 도전이 멈추는 이유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늘 퇴로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동네 빵집은 잘 팔리던 스무 종을 없애고 세 종만 남겼다. 매출의 절반이 그날로 사라졌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손님들이 그 집을 부르는 이름이 생겼다. 세 종을 사러 두 정거장을 건너오는 손님도 생겼다.


전략 없이 용기만 있으면 무모한 도전이 되고, 전략은 있으나 용기가 없으면 1등에게 족쇄를 채울 힘이 끝내 생기지 않는다. 완전완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운영의 기술을 갖추고, 고객의 니즈를 마케팅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전략적 선택이 가능해진다. 1등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는 2등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이미 해 본 회사다.


물론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2등도 1등에게 족쇄를 채우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순간이다. 계속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셋이 담보되어야 성립한다. 하나라도 비면 결국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우게 된다. 이 수업료는 면제되지 않는다. 유예될 뿐이다. 매출 5억일 때 치르면 등록금이고, 500억일 때 치르면 파산이다.


돌 다섯 개는 전략이다. 아무나 1등이 될 수 없듯, 2등도 아무나 되지 않는다. 물맷돌 하나만으로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경영은 확률에 기대는 도전이지, 요행을 기다리는 인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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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진단을 위한 세 가지 시선]


투자자의 시선

1.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세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2. 이 회사는 1등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는 2등의 조건 3가지를 갖추었는가?

3. 재구매 고객이 만든 매출은 전체의 몇 퍼센트인가?


CEO의 시선

1. 세 조건 중 우리에게 비어 있는 가장 앞의 칸은 무엇인가?

2. 우리는 0.1% 핵심고객의 정체와 그들의 니즈를 알고 있는가?

3. 지난 1년간 우리가 내린 결정 중,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몇 건인가?


실무자의 시선

1. 0.1%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2. 환불 한 건이 끝나기까지 거치는 사람은 몇 명인가?

3. 주문이 평소의 열 배로 들어오면 무엇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가?


[운영 탁월성을 갖춘 조직의 월요일 실천과제] 최악의 열 번째를 측정하라

평균은 아무도 경험하지 않는다. 고객의 인식을 만드는 것은 가장 늦게 받은 10%다.


1단계(월요일 오전, 1시간) 지난 3개월 주문 목록을 열어, 주문 시각과 고객 손에 닿은 시각의 차이를 전부 계산한다. 엑셀 한 장이면 된다.

2단계(월요일 오후, 1시간) 그 값을 늦은 순서로 정렬해, 위에서 10%에 해당하는 값을 찾는다. 열 건 중 가장 늦은 한 건의 자리다. 평균이 2일이어도 이 값이 9일이면, 우리 실력은 9일이다.

3단계(주중) 그 10%에 걸린 주문만 모아 원인을 한 줄씩 적고, 세 번 이상 반복된 원인 하나를 고른다. 이번 분기에는 그것만 고친다.


숫자 하나를 벽에 붙여라. 이번 주 최악의 열 번째. 매주 같은 요일에 다시 재라. 숫자 하나를 벽에 붙여라. 줄지 않으면 우리는 아직 도전할 몸이 아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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