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처음이고, 엄마도 처음인 이 시간을 지나가는 중
현실로 다가온 너의 사춘기.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치 고는
꽤 가혹하다.
누군가는 어른이 되기 위해
부모와 정을 떼는 시기라고 하고,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사탄이 들린 시기라고도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웃어넘겼는데
막상 너의 사춘기를 마주하고 보니
그 말들이 왜 생겼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도 요즘
내 어린 시절의 사춘기를 자꾸 되짚어본다.
나도 이랬었나.
엄마에게 이렇게 날카로웠나.
모든 것이 귀찮고 싫었던 때가 있었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내가 이 정도였나?' 싶을 만큼
너의 '찐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말을 걸면 귀찮아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은 짧아지고,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하면서도
표정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날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
힘들다는 말을 반복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말하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자꾸만 고민하게 되었다.
'이것도 그냥 사춘기인 걸까.'
사춘기 아이에게는
무신경한 것이 최고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엄마도
최대한 너와 거리를 두어보려 했다.
묻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잔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와도 삼키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으면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었다.
내가 모른 척해주는 것이 너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것인지.
어디까지 기다려주어야 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엄마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다.
사춘기 아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부모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힘들다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정답'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없으니까.
그렇게 너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참아내던 시간에
어제,
결국 그 한계를 넘어섰다.
너는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그냥 다 힘들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덜컥 겁이 났다.
그동안 엄마가 애써 이해하려 했던
'사춘기'라는 세 글자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말하기 싫어하는 것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도,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것도,
그저 사춘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조금 내버려 두면 다시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울먹이는 너를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엄마가 기다려준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너에게는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던 건 아닐까.
'무신경한 게 최고래.'
'사춘기에는 그냥 내버려 두래.'
수없이 들었던 말들이
그 순간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너 하나만 보였다.
그래서 그날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왜 학교가 싫은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든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엄마가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그날만큼은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네 옆에 앉았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그래. 많이 힘들었구나."
그 말을 하고 나니
엄마도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네가
유난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
엄마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사춘기라고 해서
모든 힘듦을 혼자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엄마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마음이
네 안에 함께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밀어내도 괜찮아.
혼자 있고 싶다고 해도 괜찮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어도 괜찮아.
엄마도 조금 떨어져 있을게.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에는
어제처럼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엄마, 나 힘들어."
그 한마디면 돼.
그러면 엄마는
몇 걸음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네 곁으로 갈 테니까.
어쩌면 사춘기는
네가 엄마에게서 멀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한 거리를
우리 둘이 처음 배워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너도 처음 겪는 사춘기이고,
엄마도 처음 겪는 너의 사춘기니까.
어른이 되어가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힘든가 보다.
그리고 사춘기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일도
엄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어렵다.
그러니 우리,
서로 조금 서툴러도 괜찮겠지.
너는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고,
엄마는 너를 조금씩 놓아주는 법을 배우면서.
어제 우리는 둘 다 한계에 닿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오늘부터 다시 해보자.
너도 조금씩,
엄마도 조금씩.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너의 진짜 사춘기를
엄마도 네 곁에서 함께 지나가 볼게.
언젠가 이 시간이 지나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마주 앉아 웃는 날이 오면,
엄마는 아마 오늘의 너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때 너,
진짜 사춘기였다고.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며
너도 많이 자랐지만,
엄마도 참 많이 자랐다고.
언젠가 네가 이 글을 읽게 되는 날,
오늘의 너도, 오늘의 엄마도
참 서툴렀지만 서로를 놓지 않고
잘 지나왔다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시간을 건너,
오늘의 엄마가 미래의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