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재촉하지 않아도, 너는 너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너는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이다.
방학 동안 그렇게 잔소리를 해야 겨우 움직이던 네가 이제는 엄마가 말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한다.
아침이면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준비물을 확인하고,
해야 할 공부도 조금씩 네 몫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아주 큰 변화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매일 너를 지켜보는 엄마에게는 그 작은 변화들이 참 크게 보인다.
방학 내내
"이제 중학생인데 이것도 스스로 해야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말하는 엄마도 지치고 듣는 너도 지쳤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2학기가 시작되고 조금 달라진 너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흘려듣는 것 같았던 엄마의 말들이 어쩌면 네 안에 하나씩 쌓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아이의 성장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보다.
물론 아직도
"엄마!"를 부르며 찾아오는 일이 많고,
몇 번을 말해야 움직이는 날도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네 몫의 삶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엄마가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도 아마 이렇게 조금씩 찾아오는 것이겠지.
다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너를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으로.
2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너는
엄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자라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엄마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천천히 지켜보려고 한다.
너의 속도대로,
너답게 자라 가는 모습을.
그리고 언젠가 네가 이 글을 읽게 되는 날에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던 건 너에게 관심이 줄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네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