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걔가 그 유투버라고? 100만 찍은 애?“
술기운이 올라올수록 묻혀있던 이름들이 하나둘 술안주로 올라왔다. 그중 하나가 '걔'였다. 출석부를 뒤져야 겨우 떠오를 이름. 걔가 100만 유투버가 됐단다.
“100만이면 광고 하나에 얼마 받는지 아냐?”
"5천은 족히 받겠지."
”걔가 조용하긴 해도 말 한마디에 임팩트가 있긴 했었어.“
동창이라는 유일한 권리로 100만 유투버님을 ‘걔’라고 함부로 불러본다. 누가 들을까 봐 괜히 목소리는 더 커졌다. 시선이 느껴지면 아무도 기억 못 할 썰을 풀며 마치 걔와 절친이라도 된 것처럼 우쭐댔다.
관심은 금방 식었다. 안주나 하나 더 시키자는 말에 메뉴판을 펼쳤다.
“야 무슨 마른안주가 만오천원이냐.“
“뭐래 반포에 집 있는 새끼가.”
“아직은 내 집 아니다.. 엄마 집이지.“
“그게 더 재수 없거든.”
고등학교 때는 버스 타고 등교하기 싫다고 투덜대던 자식.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얘가 잠원에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반포에 자가 있는 애’로 신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솔직히 부동산 어플 볼 때마다 얘가 떠오른다. 국평이 30억..? 배부른 놈. 난 너만 보면 배 아프다.
“야야 카운트다운 시작한다. 쓰리 투 원, 해피 뉴이어!!“
“닥치고 잠깐 소원이나 빌자”
“아 크립토윈터 춥다 추워.. 신이시여 불장이 다시 언제 오는지 저에게만 알려주소서.“
”조용히 좀 해라. 말로 하면 안 이루어진다."
오래간만에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어본다. 무엇을 빌어볼까? 인센티브, 주식... 결혼? 아 그건 아직 이른가. 떠오르는 건 많았는데 딱히 간절한 건 없었다.
한살 한살 나이 먹을수록 몸보다 먼저 늙어버린 건 맘이었다. 뭔가를 뜨겁게 원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났다. 기도가 매번 허탕을 쳐서인지.. 나의 진심이 때론 민망하고 수치스럽다. 그래서일까. 두 손을 모을 시간에 릴스랑 쇼츠나 보며 잠시 불안한 마음을 달래 왔다.
금세 눈을 팍 떠버렸다. 기도 같은 건 애초에 잘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이다.
“야, 쟤 한수 아니냐?“
“박한수? 걔가 이 동네에 왜 있어.”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익숙한 그 이름, 박한수. 3년 내내 이과 전교 1등. 전설 중에 전설이다. 얼굴까지 잘생겨서 더 재수 없었다. 그저 레전드..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아 자세히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쟤 어디 갔었지? 재수했던 것 같은데.”
“K대 갔대.”
“엥? 박한수가? 의외네. 삼수라도 해서 S대 갈 줄 알았는데.“
안주가 하나 더 올라왔다. 이상하게도 이번 안주는 유난히 잘 들어갔다. SKY 출신들 얘기 었다. 나에게는 하늘 같았고 끝내 허락되지 않았던 그놈의 SKY. 그때는 진짜로 부러웠다. 합격문자 하나로 인생이 갈리는 것 같던 시절.
정훈, 한수, 주영.
이름만 불러도 여전히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너네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