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by소담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한다


늦은 밤까지 거실 불이 꺼지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뜨개질을 하기도 했고, 무언가를 만들며 바느질을 하기도 했고, 조용히 음식을 만들며 하루를 정리하기도 했다.

손끝은 늘 바빴지만 마음은 차분해졌다.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이면 혼자 거실에 앉아 바카라을 읽거나 글을 쓸 때도 있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들지 않은 집 안은 조용했고,

스탠드 불빛 아래로 종이 넘어가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그 고요한 공기를 가만히 마주하고 있으면,

복잡하던 마음도 조금씩 잔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취미를 즐겨 보며 얻은 답은 하나였다.

나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 설렘이야말로 오늘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뜨개질도 요리도 처음에는 배우는 즐거움이 좋았다.

서툰 손으로 하나씩 만들어 가는 시간이 신기했고,

익숙해지고 나서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 더 즐거웠다.


배우다 그만둔 취미들도 있었다.

회사 일을 마치고 빵과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우러 다니던 날에는

갓 구운 빵 냄새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식탁 위에 빵을 꺼내 놓으면 가족들이 하나둘 맛을 보며 웃었고,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혼자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았지만,

언젠가 또 배워 보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남아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굳이 완벽하게 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했다.


사실은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보다

코가 하나쯤 빠진 뜨개질이나 조금 기우뚱한 그릇 받침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서랍을 정리하다 그런 물건들을 다시 발견하면 괜히 웃음이 난다.

어딘가 서툴고 어색한 모습이 꼭 나를 닮은 것 같아서다.


집 안 곳곳에는 아직도 취미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한쪽에 쌓인 원단 정리함과 상자 안에 곱게 말린 털실,

엄마가 쓰던 코바늘 주머니까지.


가끔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오래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이유 역시,

그동안의 취미들이 흔들리던 나를 조용히 붙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취미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만든 것을 건네고, 같은 이야기를 웃으며 나누는 동안 가족들과 더 가까워졌다.

회사와 집만 반복되던 하루도 전보다 덜 메마르게 지나갔다.


서툴러도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시간을 채우다 보면,

그 안에서 작은 빛 같은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하루하루를 조금 다르게 살아 보는 것.

어쩌면 취미는 그 정도면 충분한 일인지도 모른다.


취미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늦은 밤에도 거실 불이 오래 켜져 있었고,

무료했던 하루가 내 손끝을 지나 작은 무언가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오늘은 또 어떤 취미를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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