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라팡 소테(Le Lapin Sauté, 뜻;볶은 토끼 요리).
개업한 지 38년이 된 토끼요리 전문점인 이곳은 캐나다 퀘벡시티의 관광 명소중 하나이다. 관광지도 아닌 레스토랑이 유명해진 이유는 식재료인 토끼고기 때문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도전하는 메뉴였고 토끼고기를 먹어본 적 없는 우리 가족에게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냄새가 많이 날지 식감은 어떨지 궁금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식감은 닭고기와 비슷했고 냄새도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먹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그런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퀘벡에 대한 여행기를 쓰려고 가족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물어보니 모두 토끼고기 얘기만 했다. 기억에 남는 도전이긴 했던 것 같다.
<토끼고기 요리, 최근엔 업데이트를 한 듯 함>
퀘벡은 16~17세기 프랑스인들이 모피무역과 선교를 위해 정착하며 형성된 도시이다. 그래서 캐나다 안의 작은 프랑스라고 불린다. 통용어는 당연히 불어이고 이정표도 불어를 우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토끼고기 요리 또한 프랑스 정착민들에 의해 유입된 음식이다. 유럽인들은 예부터 토끼고기를 닭고기처럼 먹었고 퀘벡으로 이주한 프랑스인들이 그 식문화를 그대로 가져왔다. 물론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도 토끼고기가 소비되고 있지만 퀘벡이 가장 대중적인 요리로 즐겨 먹고 소비량도 월등히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퀘벡이라는 도시가 알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드라마 도깨비(2016년 방영)의 영향이 적지 않다. 드라마 방영 이후 퀘벡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고(60% 이상), 드라마 촬영지의 인증숏은 수시로 SNS를 통해 노출되었다. 우리 가족은 그런 붐으로부터 한참 멀어진 시점에 방문했다. 그럼에도 드라마 촬영지가 우리의 관광루트가 된 건 나도 그 드라마를 보며 퀘벡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올드퀘벡의 오래된 상업지구인 쁘띠 샹플랭(Petit Champlain) 거리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아기자기한 가게와 자갈 깔린 길바닥에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모여 있다. 퀘벡시티로 넘어오기 전 들렀던 토론토나 몬트리올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토론토나 몬트리올이 차가운 도시느낌이라면 이곳은 사람냄새 풍기는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쁘띠 샹플랭 거리>
겨울이 일 년의 반을 차지하는 지역이어서인지 4월 말의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실내관광이 간절할 정도로. 그럼에도 실내관광이나 쇼핑을 즐길 만한 대형 건물은 없었다. 대부분 작고 아담한 단독 가게였고 특별히 관심 있는 물건이 없다면 둘러보는데 십 분도 채 안 걸릴 정도의 사이즈였다. 흔한 커피체인점도 보이지 않아 호텔에 있는 스타벅스로 갔다.
<샤토 프롱트낙(Châtea Frontenac) 호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있었고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모두 나처럼 따뜻한 차 한잔이 간절했던 듯했다.
간신히 몸을 좀 녹이고 현재도 활발하게 물류항구로써 기능하고 있는 퀘벡항으로 갔다. 북미 모피무역의 중심역할을 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는 국제 물류와 크루즈 관광 거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잠시 크루즈를 타고 퀘벡으로 들어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갑고 서늘한 바람과 푸른 바다가 맞아주는 퀘벡의 첫인상도 근사할 것 같다.
<퀘벡항>
바람의 세기가 강해 오래 머물진 못하고 퀘벡항을 뒤로하고 시내로 진입했다. 어느 나라를 가든 마트에 꼭 들러보는 습관대로 차를 타고 가다 작은 건물 안에 있는 현지마트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입구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치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옆쪽으로는 육가공품, 그리고 우유와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들이 즐비했다.
퀘벡의 식문화는 프랑스의 샤퀴테리(Charcuterie, 육가공품)와 푸르마주(Fromage, 치즈)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한다. 특히 퀘벡은 목축업이 발달해 유기농 요구르트나 신선한 우유, 수제 치즈 커드(Cheese Curds) 종류가 매우 정교하게 발달해 있단다. 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해지고 배가 불렀다. 치즈 몇 종류와 요구르트를 신중하게 골라 나왔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맛본 치즈는 향과 농도가 굉장히 강했다. 요구르트도 진득했다. 내 입에는 맛있었는데 남편에게는 진한 치즈향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캐나다의 도시이면서 가장 캐나다답지 않은 퀘벡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미소와 응대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다양한 식재료가 꽉 들어찬 마트가 좋았다. 이런 마트에서 장을 보며 지역주민들과 스몰토크를 나누는 일상을 보내고 싶었다. 이곳에 섞여 매일을 보내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가을에 꼭 다시 와야지라고 다짐을 했지만,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진 않았으니 언젠가 이곳에 단풍 가득한 퀘벡의 모습을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퀘벡시 공식 시기(市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