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7월 30–31일, 헤이그와 암스테르담
몇 달을 준비한 여행의 날이다.
구글 지도에서 노르웨이 렌터카 노선을 그려보고, 캠핑장과 숙소를 예약하고, 박물관 등을 예약했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조카와 만났다. 군대를 막 제대한 조카에게 이번이 첫 유럽 여행이다. 딸은 암스테르담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오늘 밤은 삼촌과 조카, 둘이서 먼저 길을 나선다.
출발은 밤 10시 25분, KL856편으로 암스테르담까지 13시간 45분의 긴 비행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라운지로 향했다.
"삼촌, 저 라운지 처음인데요. 처음 하는 유럽 여행부터 너무 럭셔리하게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삼촌은 긴 여행 떠나기 전에 여기서 진라면 매운맛을 꼭 먹고 간다. 길 떠나기 전에 먹는 이 라면이 그렇게 맛있어."
조카도 지지 않는다. 라면 두 개를 거침없이 비웠다. 맥주도 한 잔씩 곁들였다. 20대의 식욕이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라운지에서 맥주 몇 잔을 마시니 몇 달 전, 처음 지도를 펼쳐놓고 노선을 그리던 날이 떠올랐다. 암스테르담의 운하, 트롤스티겐의 굽이치는 산길,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절벽, 베르겐의 목조건물들, 발트해 위의 크루즈, 헬싱키의 아침. 그 모든 장소들이 며칠 후면 발아래 펼쳐질 것이다.
"삼촌, 슬슬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조카가 먼저 가방을 들었다. 나는 남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 10시 25분,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13시간 45분 후,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항공 기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김 부장' 몇 편을 보고, 기내식을 먹고, 잠을 청하니 어느새 착륙 안내 방송이 들린다. 13시간 45분이 그렇게 지나갔다.
다만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앞자리 승객이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등받이를 뒤로 젖혔고, 내가 들고 있던 와인 잔이 그대로 쏟아졌다. 여행 시작도 하기 전이니 좋게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아끼던 옷을 버려야 할 상황이 되고 보니, 속이 조금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긴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는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현지 시각 새벽 네 시경에 내렸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개찰구가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복도 양옆에 세워진 노란색 기둥에 카드를 찍어야 하는 방식이었다. 먼저 탑승했다가 어딘가 느낌이 이상하여 다시 내려 물어보고서야 알았다. 암스테르담의 첫 번째 수업이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는 과정에서도 한 번 더 배웠다. 짐 보관에 6유로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투숙 예약이 되어 있는데 왜 요금을 받느냐고 따져 물으니, 그제야 이번만 무료로 해주겠다고 물러섰다. 짐 보관이 무료가 아닌 호텔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