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만두

by정아라

세상 처음 먹어본 음식.

삼잎국화김밥.

초롱꽃만두.


국화꽃잎을 먹을 수 있는 것인 줄 몰랐다.

초롱꽃을 먹어도 되는 것인 줄도 몰랐다.


삼잎국화김밥.

수수한 김밥 맛.

질리지 않고 계속 먹게 되었다.

섬에서 햇볕, 바람, 비 모든 것을 온 몸으로 맞이하며 자라난 꽃잎.

꽃잎을 하나하나 따서 씻고 나물을 만든 정성.

그것을 먹었다.


여름에 먹기를 즐기는

토마토, 오이, 스트링치즈 넣고

양파에 올리브유와 레몬즙 등을 만든 소스로 만든 샐러드.

소스 만들어 가서 가서 간단히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 샐러드인데,

다들 맛있게 먹어 주셔서 감사했다.


와인 펀치도 시원하게 나누어 먹으려고

얼음과 탄산 음료와 과일 칵테일 통조림을 사 갔는데,


으앗, 이게 왠일.

선물받은 와인을 박스째 들고 간 것인데,

열어 보니 레드 와인이 아니라 화이트 화인.

이것도 나름의 맛은 있었지만

와인 펀치는 레드 와인 펀치가 훨씬 맛있다는 걸 알았다. ㅎㅎㅎ


모인 사람들이 산바카라 나가니 따라나서는 행복이.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며 앞장서 걷는 행복이.

이웃집 곧 카페 사장님께서 타 주신 아이스커피.

너무 시원하고 너무 맛있다.


행복이만 물도 못 마시는 게 안타까워

마당의 조리에서 물을 손에 담아 준다.

할짝 할짝 한참 물을 마시는 행복이.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함께 산바카라 다녀와 초롱꽃만두를 빚는 시간.


오전에 미리 따 두신 초롱꽃을 씻는다.

암술, 수술 모두 따내고 깨끗이 하나하나 씻는다.

이것부터 정성이다.

싱싱한 부추가 많이 들어 있는 만두소를 만들고

꽃 속에 넣는다.


지난 주까지는 꽃이 훨씬 컸다는데

지금은 티스푼도 들어가지 않는 크기였다.

손으로 넣어 손가락으로 눌러 가면서 만두소를

초롱꽃 안에 넣는다.


연약한 꽃잎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럼에도 일부 찢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 손이 최고다.

손이 여럿이니 차곡차곡 초롱꽃만두가 쌓인다.

혼자면 힘들었을 일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만드니 즐겁기만 하다.


찜기 안으로 들어가는 초롱꽃만두를 모두가 기대에 찬 눈으로 본다.

어떤 맛일까 기대하며 기다린다.


드디어 찜기에서 나온 초롱꽃만두.

한잎에 쏙 넣는다.

보통의 만두피에서 느껴지는 그 쫀득한 식감이 없고,

꽃잎의 질감인 약간의 아삭함이 느껴지는 식감.

한잎에 쏙 들어가는 크기.

만두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건 그냥 100개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


앎을 삶으로,

선생님들이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자가 아닌,

삶으로 다가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 나누시는 고민들.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값진 시간이었다.


초대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날.

기꺼이 낯선 이의 방문을 허락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날.

하루를 선물 받은 날.

함께 편안한 하루를 보내며 음식 만들어먹으며

'식구'가 된 기분.


어쩌면 유치한 일기 같은 글을 남기는 이유는,

좋은 하루여서이기도 하지만,

매일이 새로운 좋은 하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초롱꽃만두 때문이다.


블로그에도, 제미나이에도 나오지 않는 음식을,

세상에 없는 음식을

좋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하나의 일을 해 오시면서

아직도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하는 것이 놀라웠다.

앎을 삶으로, 를 모토로 살아오시면서

지금도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 놀라웠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었다는 찬사에도

생색내기는커녕 누구한테 얘기 들은 거라며

소박하게 말씀하실 때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게 축복이라 느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