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반찬 가게

by정아라

집 앞에 자주 가는 반찬가게가 있다.


OO 지역이 고향인 자매 할머니 두 분이 함께 운영하신다.

아니, 운영하셨었다.

몇 년 전 한 할머니가 많이 아프셨고,

회복하신 후 종종 나오셨는데

요즘은 거의 한 분이 주로 나오신다.


맨 처음 반했던 건 메주 떠서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얼갈이 배추 된장국!

이 된장국에 반해 자주 가게 되었고 점점 더 다양한 반찬을 사게 되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가는데 몇 년 되었으니

200번, 300번은 갔을 것이다. (가게가 언제 생겼더라?)


어느새 단골이 되었다.

할머니들은 꼭 반찬 하나씩 더 얹어 주신다.

손자 주려고 만든 떡볶이를 그냥 주실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뭔가를 드리고 싶어졌다.

마트에서 산 과일이나 퇴근길에 산 도너츠 같은 간식을 몇 개 꺼내 드리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선물 받은 올리브유, 올리고당, 간장 같은 양념 재료들을

유통기한 안에 사용하지 못할 것을 예감하고 냉큼 가져다 드렸다.


어느새 나 외에 다른 가족들도 알게 되셨다.

"아저씨 요즘 달리기 열심히 하시대?"

알은 체를 하신다

.

문을 닫으면 어디가 아프신가 싶어 다음날 문 열었나, 살펴 보게 된다.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먹거리를 사랑으로 먹는다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반찬가게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신 반찬을

사랑으로 느끼며 먹는다.


부모님의 사랑도 소중하고,

반찬가게 할머니들이 생계를 위해 열어,

동네 많은 이들에게 영양과 사랑이 담긴 반찬을 나누는 사랑도 소중하다.


홍세화 선생님(주1)이 그러셨다.

"어떤 억압도 없이 슬롯적 존재로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적성에 따라 그 슬롯에 기여하면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그러면서 생존이 담보되는 것이 자유인의 개념이죠."


나에게는 자유인의 개념보다는,

앞의 내용이 마음에 쏙 박혔다.


슬롯적 존재로서 자신이 가진 능력에 따라 그 슬롯에 기여하면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그러면서 생존이 담보되는 삶.


요리를 잘 하시는 그 능력으로,

나처럼 요리를 못할 때가 많은 바쁜 온라인 게임인들의 삶에 기여하는 것은 확실하다.

반찬 가게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비용을 얻고 계신 것도 분명하다.


가게를 나오며 늘 인사를 드린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그분들께 그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시는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반찬 가게 해서 번 돈으로 손주 용돈 주면서 보람을 느끼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반찬을 살 때마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해 주고, 우리 가족들에게 영양을 주는 그 음식들이 너무너무 감사한데,

꼭 보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나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오래도록 세상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1> 홍세화, <생각의 좌표>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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