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로키 산맥 부근 캠핑장에서는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어요."
"뭔데요?"
"곰이요."
"곰이 나와요????? @.@"
"밤에 곰이 내려올 수 있어서 먹은 것들 싹 다 정리하고 텐트 안에 다 넣어 두고 자야 돼요."
얼마 전,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다녀갔다.
아이들은 초등 공동육아에서 만난 친구,
아이들 덕분에 어른들도 친구가 된 가족이다.
아이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함께 종종 캠핑도 다니던 사이여서
자연스럽게 캠핑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캠핑장에서 곰이 나올 리가 없어서 ㅎㅎㅎ
곰이 나온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캠핑장에 곰이 나올 때의 그 대처에 깜짝 놀랐다.
로키 산맥 부근의 곰이 출현하는 캠핑장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은,
먹은 음식을 반드시 정리하는 것이란다.
음식을 치우지 않으면 곰이 내려와 음식을 먹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곰이 음식을 먹으러 계속 내려올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그러면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캠핑 온 사람에게도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곰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에게 위험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그 번거로운 규칙을 지키고 있단다.
그들의 대처가 놀랍게 느껴졌다.
그들은 곰이 위험하다고 사람과 곰을 분리하거나 곰을 차단하지 않는다.
곰으로부터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곰을 해치지도 않는다.
곰이 나올 수 있는 곳이라고 보고 사람이 굳이 번거로움을 자처한다.
그것에 가장 놀랐다.
사람이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한다고?
위험한 존재와 공존한다고?
그리고 우리나라였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안전을 지상 최대 과제로 하는 우리나라라면.
여전히 자연 그대로보다는 개발을 택하고 이윤을 택하는 것이 우선인 우리나라라면.
캠핑장에 곰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캠핑장에 철바카라이나 울타리를 둘러쳤을지도 모른다.
곰이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면 안전한 캠핑장을 위해
곰의 서식지를 밀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주민과 행정의 마음과 생각을 혼자 따라가 본다.
그곳은 곰이 먼저 터잡은 곳이다.
곰의 서식지, 즉 곰의 생존과 삶의 터전이다.
캠핑장에는 울타리가 없다.
캠핑장이란 사람들이 잠시 다녀가는 공간일 뿐 그곳은 여전히 곰의 서식지의 일부다.
사람이 공간을 잠시 빌려쓸 수는 있다.
늘 사람은 자연을 빌려 쓰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캠핑을 오면 잠자리도 마련하고 먹거리도 먹는다.
먹거리가 문제다.
사람의 먹거리지만 냄새를 맡고 발견하게 되면 곰은 본능에 충실하게 그것을 먹어보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과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이 위험에 빠진다.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먹거리만 깨끗이 치우면 문제 없겠다.
먹거리가 아니면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 굳이 곰이 올 이유가 없다.
곰에게도 그 먹거리는 좋지 않다.
곰의 야생성을 해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곰도 살아야 하고, 사람도 살아야 한다.
아. 모르겠다. 과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곰과 그 모습 그대로 공존을 택하는 그들의 방식이 너무 놀랍다.
곰도 사람도 지키는 방법으로 사람이 번거로움을 택하는 방식이 너무 놀랍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위험도 감수하는 그들의 방식이 놀랍다.
내가 생각하는 공존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서 감수해야 할 불편과 위험은 무엇인가.
나는 불편과 위험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가.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