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이야기 30. 내 것이 었을까?
뺏고 뺏기는 계절.
애초부터 내 것이었을까 싶은 여름.
아직 피지 않은
능소화의
살짝 벌어진 붉은 꽃잎 틈으로
벌들이 달려든다.
하지만 능소화는 아직
저 벌에게 틈을 내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능소화 담벼락 아래
땅에 떨어진 능소화에
자신들의 몸을 한껏 구겨 넣은
개미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쭈그려 앉아 초점을 맞춰본다.
자신들의 세계를 단숨에
파괴해 버릴 수 있는 나 인데도,
상관없다는 듯.
땅에 떨어진 능소화의
저 깊은 곳까지 줄 지어 파고든다.
낙화한 꽃이라 하더라도
개미들에겐 목을 축일 수 있는
마지막 한 모금이 있는 걸까.
푸른 하늘 아래
비가 내리는 하늘 아래
어떤 하늘 아래서든
오묘한 색의 강단 있는
능소화는
커튼처럼 늘어져
아직도 예쁨이 현재 진행 중이다.
오래도록 보고 싶은
여름의 초입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