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찰나

사사로운 이야기 28. 언젠가 나를 떠올렸을 때..

byJin ㅡ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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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한껏 우울하니까요..

우울한 글 적을 거야...

내 맘이야....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빨간색 같을까.

동네 횡단보도 앞에 서 우두커니 수십 번의 신호가 바뀌는 것을 바라보았다. 빨간색 신호가 뜰 땐 차들이 오고 갔고, 초록색 신호가 뜰 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은 전부 어디로 바삐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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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나뿐인가.

초록색 불이 되어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없는 나.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고는 이상하게도 건널 수 없던 횡단보도를 뒤로 하고 다른 길을 올랐다. 인생은 어자피 건넌다. 건너지 않는다와 같이 모 아니면 도일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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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이 발걸음이 닿는 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피사체를 찾아 동네 지박령 마냥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꽃은 피지 않는 다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에 불만은 없는 걸까?' 와 같은 많은 생각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봄이라는 계절을 '단어'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봄이 올 때마다 수백장의 봄을 찍으며 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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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어떤 봄은 나에게 따뜻했고,

어떤 봄은 나에게 차가웠다.

어떤 봄은 나에게 슬픔이었고,

어떤 봄은 나에게 기쁨이었다.

어떤 봄은 나를 주저앉게 했고,

어떤 봄은 다시 일어서게 했던.


그렇게

많은 감정들이 얽히고

겹쳐진 나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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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역시, 등 뒤로 내리는 햇빛은 뜨겁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차갑다. 덥다고도 춥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의 봄은 꼭 나 같았다. 애매한 재능과 애매한 운. 애매한 외모와 애매한 환경. 애매한 매력과 애매한 성격. 모든 것이 애매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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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날씨를 가늠할 수 없는 이 계절이 싫었고, 가늠할 수 없기에 오히려 설레는 이 계절이 좋았다. 며칠 전 서울의 한낮은 29.5도까지 올랐다가, 이 글을 쓰는 2026년 4월 21일의 공기는 15도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날씨 속에서도 내 새끼 손톱보다 작은 꽃을 피워내는 식물들은 어떻게 한 번도 헷갈리지 않고 자신의 때를 정확히 알아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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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봄이 싫으면서도 좋았던 건, 아마도 어떤 환경 속에서도 제때를 알고 피어나는 그 경이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해는 아이러니하게도, 꽃이 화려하게 필수록 스스로가 싫어졌다. 차라리 욕이라도 쏟아내면 속이 시원할 텐데, 나는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끝내 멈칫거리며 말을 삼켰다. 내 모든 감정을 시차는 있어도 결국 그 크기만큼 이자가 붙어 돌아온다는 인과응보에 맡기고, 내 입에는 스스로 자물쇠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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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착해서는 아니었다. 그 정도의 가치인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서 있는 내가 싫어서, 유난히 아름다웠던 올해의 봄이 얼른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은 내가 사라지고 싶은 거면서, 애꿎은 봄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봄이 지나간다 해서
다른 계절의 꽃이 피지 않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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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산 길에 쭈그려 앉아 나의 울음을 나무들이 모두 삼켜 주길 바라며 꺼이꺼이 울어댔다. 얼마나 울었을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꽃이 진 자리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 나고 있었다. 나도 이렇게 피고 지고, 피고 지다 보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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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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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이 극에 달하던 어느 날, 배우자는 내가 가보고 싶다던 1년 중 봄에 만 문을 여는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저수지로 데려갔다. 사람들로 가득한 그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짝짓기 중인 부전나비 한 쌍을 발견했다.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마주치지 못했을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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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들이 서로의 짝을 찾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사람들은 알까. 우리에게는 한순간처럼 스쳐 지나갈 정도의 시간이겠지만, 생이 그리 길지 않은 나비에겐 서로의 마음이 맞닿기까지 어쩌면 길고 긴 선택의 시간이었을까. 그 시간을 끝내고 마침내 서로를 받아들이는 순간을 볼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행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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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찰나를 바라보는 것에 내 행운을 다 쓰는 것이 맞는 일인가 싶지만, 아찔한 유채꽃 향에 슬픈 내 마음을 묻어 두고 왔다. 눈이 부실만큼 흐드러지게 핀 노란 유채꽃이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 사람에 대한 환멸도 함께 시들길 바라며.


아닌가..?

다른 얼굴로 다시 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