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들이기
단단한 감자보다 부드러운 두부를 예쁘게 자르는 일이 더 어렵다. 칼을 조금만 힘주어 눌러도 모서리가 뭉개지고, 애써 반듯하게 잘라놓은 두부도 잘못 건드리면 반 토막이 나곤 한다. 부드러운 재료일수록 힘을 빼고 조심히 다뤄야 한다.
나는 마치 두부처럼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쩌면 별 뜻 없이 건넸을 말도 몇 번이나 곱씹곤 한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왜 저런 표정을 지었지’.
‘혹시 나 때문인가’.
별일 아닌 말에는 신경 쓰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음에 걸리는 말을 듣고도 “괜찮아”라고 웃었고, 서운한 일이 있어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몇 번이고 곱씹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은 살피지 못했다. 두부는 두부라서 좋은 음식이다. 부드럽게 으깨지는 식감도, 양념을 잘 품어내는 성질도 모두 그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쉽게 상처받는 마음은 쉽게 감동받는 마음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를 오래 품는 사람은 따뜻한 말 한마디도 오래 기억한다.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은 누군가의 작은 변화를 먼저 알아차린다. 어쩌면 내가 바꾸고 싶어 했던 모습은, 내 안의 다정함과 섬세함이 가진 또 다른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
마트에 진열된 두부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제 몸에 꼭 맞는 포장용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굳이 단단해지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내 안의 부드러움은 그대로 간직한 채, 그것을 지켜줄 울타리를 마련하면 된다.
가시 돋친 말은 안으로 들이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 내키지 않는 일에는 조용히 선을 긋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의 온기를 아무에게나 내어주지 않는 것.
애써 단단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나를 지킬 용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