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물
멀리 보이는 겹겹 산등성이에, 해가 넘어간다. 거실 벽에 붉은 놀빛이 비쳐 잘 익은 귤빛으로 물들인다. 창가에 있는 칼라데아 화분으로 눈이 간다. 하루를 정리하려는 듯 넓게 펼쳐진 둥근 잎을 천천히 움직인다. 유심히 쳐다보면 아닌 척하는 듯 더디다. 그들의 시간 속도를 참지 못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보면 어느새 할 일 다 한 사람처럼 잎을 감았다. 자줏빛 등을 보이며 오므리고 서 있다.
칼라데아는 마란타과 관엽 식물이다. 공기정화식물이기도 하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열대지역이다. 칼라데아 종류는 칼라데아 진저, 오나타, 인시그니스, 오르비폴리아, 마란타 등 잎 모양에 따라 분류한다. 몇몇 종은 희귀종으로 고가에 거래된다. 재테크가 아니라 식물로 돈을 버는 식테크를 하기 위해 칼라데아 희귀종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 거실에 살고 있는 칼라데아는 ‘칼라데아 오나타’다. 꽃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종이다. 오나타는 짙푸른 녹색 잎에 분홍빛 줄이 나 있다. 잎 뒤쪽은 진한 자줏빛을 띠어 고급스러운 벨벳을 입은 듯한 자태를 보여준다. 거실 창가에 있는 식물 중 진한 채도를 가진 칼라데아 오나타는 초록 식물 군집에서 포인트 플라워 역할을 하여 그린인테리어에 도움을 준다.
식물의 잎은 대부분 초록색이지만 자세히 구분하면 명도와 채도, 그 외 질감까지 다양한 초록빛을 가지고 있다. 잎이 비슷한 식물들은 생육환경도 같아 물 주기가 편하다. 하지만 다양한 모양과 색을 가진 식물을 섞어 키우면 화분이 있는 공간에 생기가 돌고 지루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칼라데아는 초록색의 강약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식물이다.
칼라데아에게 아침저녁으로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다. 모양새를 스스로 바꾸기 때문이다. 해가 떠오르면 칼라데아의 잎은 활짝 열리기 시작한다. 푸르게 스며드는 희미한 여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하다. 낮 동안은 가지마다 달린 넓은 잎이 서로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게 엇갈리게 자리를 잡고 해를 즐긴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미련 없이 잎을 말아 세운다.
올라가 있는 잎은 가장자리가 오므라져 자줏빛 잎 뒷면이 많이 보인다. 광합성을 주로 하는 초록빛의 잎 표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밤 사이 넓은 잎의 수분 증발 생기는 것을 막으려 부피를 줄인다고 한다. 낮과 다르게 돌돌 말려 있는 모습은 쉬려고 자줏빛 실크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보인다. 늦은 밤 집안을 다니다 밤의 칼라데아와 마주치는 날은 멈칫한다. 나도 쉬고 싶다고. 밤이 되면 쉬고 싶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쉽지 않다.
낮 동안 일을 하고 때로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일정을 보낸 후 밤늦게 바카라상 앞에 앉는다. 저녁 식사 후 운동이나 산바카라까지 하는 날은 더 늦는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10시에 취침하면 좋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간 관리를 치밀하게 하려 노력해 보지만 마감이 되어야 능률이 오르는 마감 효과에 의지하는 성향은 고쳐지지 않는다.
자기 전에 보는 블루 라이트가 얼마나 수면에 나쁜지 알고 있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이에 늦은 저녁, 나만의 루틴을 하는 시간으로 쓰고 있으니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밤늦게 하는 것은 즐거울 수 있어도 잘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칼라데아처럼 쉬고 싶다. 해가 뜨면 열심히 움직이고 해가 지면 충분히 쉬고 싶다. 쉬지 않고 쉬지 못한다고 탓하는 것은 나의 자유의지를 기만하는 일이다. 하루를 보내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어떤 일로 움직이고 어떻게 쉴 것인지 신중한 고민을 하자. 그렇게 하여 나의 저녁도 칼라데아처럼 편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