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은 폐기대신 재활용

버리려 하지 말고 쓰임새를 찾는 걸로

by경험소믈리에

한때는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ChatGPT Image 2026년 7월 20일 오후 06_07_47.png

살아오면서 내 성격이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민하고 소심했다. 늘 걱정이 앞섰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내 인생이 꼬인 이유도 모두 성격 탓이라고 자바카라했다.


특히 나이 60의 문턱에서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으니 더욱더 예민해져만 갔다.




집콕하면서 지내던 지난 연휴, 다시 읽은 독서기록 《센서티브》에서 오래전 밑줄 친 문장을 다시 만났다.


image.png<센서티브>

그 문장을 보는 순간, 2020년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는 밑줄만 그었을 뿐인데, 여섯 해가 지난 지금에서야 그 문장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 더 오래된 독서기록 자꾸만 들춰보게 될 것 같다. 아직도 읽지 못한 답들이 그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예민하고 민감한 성향은 많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바카라에서는 예민한 사람은 넓게 잘하기보다, 깊이 있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독서 노트를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2020년 이 바카라을 읽을 당시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현재 내 모습이 싫어 변화를 갈구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던 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민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훗날 당시 나를 알던 사람들이 말했다.

"그때 늘 우울해 보였어요."

나 스스로를 싫어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숨겨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허물 벗듯이 벗어버리고만 싶었던 예민함을 다시 다정한 눈으로 본다.


예민함은 섬세함으로, 민감은 그만큼 상대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쓰임새를 잘 찾기만 한다면 말이죠.


달라진 눈으로 바라보는 내게 바카라 속에 줄 친 구절은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단점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다.
단점이 잘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내 성격이 풍성해진다.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100살까지 유쾌하게 살고 싶다는 90대의 정신과 의사 이근후 선생님의 말도 귓전을 울린다.


쓸데없는 경험이 없듯이 성격에서 단점은 버리고 고쳐야만 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이런 단점만 없었더라면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다시 태어나면 이런 성격 말고 다른 성격으로 살아야지.."


마음을 고쳐 먹고 나니 그동안 들리지 않던 인생 선배의 말씀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단점 또한 결국 나의 일부입니다.
적절한 자리를 만나면 빛날 수 있는 성향입니다.


이번 한 주는 고쳐야 할 나를 찾기보다, 지금의 나를 어디에 잘 써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려 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나라는 사람도 조금씩 풍성해질 것을 믿는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 내가 그어 둔 밑줄 속에 있었다.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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