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못 하는 엄마의 오래된 숙제
"방 정리 좀 해, 이게 뭐니?"
"엄마 방을 보고 말을 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엄마는 이렇게 습관이 들었으니 너라도 잘하라고 한다면...
아마 딸은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야"라고 응수할 테다.
꾹.... 참자.
여기서 더 나갔다간 되로 주고 말로 받을 뿐 아니라 엄마 체면 누더기 될 판이다.
" 네 방의 모습이 바로 너다"
2020년 무렵, <청소력>에서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덴 듯 뜨끔했다.
"그렇다면 나는 쓰레기네"
이후 부단히 도 정리를 잘해 보려고 노력을 했다.
정리 수업을 들었고, 곤도 마리에의 넷플릭스도 보았고, 정리의 달인이라는 정희숙 님의 바카라 <잘되는 집들의 비밀> 도 읽었다.
단지 읽기만 한 게 아니라 필사까지 하며 다짐했다. 새롭게 태어나자고...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눈을 씻고 찾아 볼래도 없다.
오히려 그때보다 물건은 더 많아졌고, 집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체력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지금은 몸이 힘드니 기운이 나면 그때 하자..."
이런 변명만 이어지고 있을 뿐...
집이 지저분해서 더 힘들어지는 걸까?
아니면 힘들어서 치울 여유가 없고, 그래서 집이 더 지저분해지는 걸까?
지금 나의 상태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이번에 독서 기록을 다시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된 게 있다.
정리는 하루 만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사실.
솔직히 정리업체를 불러 한 번에 끝내 버릴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게 딸은 팩폭을 날렸다.
"엄마가 바뀌지 않는데 집만 바뀐다고 그 상태가 유지될까?"
"그냥 돈만 버리는 게 될 테니, 그럴 돈 있으면 나나 줘"
마상을 입었지만 맞는 말이기에 입꾹닫을 했다.
정리는 습관이다
정리는 날을 잡아 집을 뒤집는 일이 아니다.
매일 3분씩, 한 구역씩 차근차근 이어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습관에 가깝다.
더욱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동안 내게 정리라는 습관이 장착되지 못한 이유는 대박 정리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예전 독서 기록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 덤으로 얻는 게 있다.
한층 더 깊숙이 생각이 파고 들어간다.
내게 정리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나는 왜 이리 정리를 못 해서 안달일까?
정리를 하고 싶은 이유는 단지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나는 집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저분한 내 방이 바로 내 모습이라면 방을 정리하고 깨끗이 청소한다고 내 본모습이 바뀌는 걸까?
아니라는 결론이다.
무엇보다 생각정리가 우선이다.
아~~ 모르겠다.
또다시 어질러지는 느낌.
도대체 뭐부터 해야 하지?
생각 정리라고 한 번에 대청소하듯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주변 정리부터 해보기로 한다.
물건을 비슷한 종류끼리 분류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경험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 우선순위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욕심을 버리자.
한 번에 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요즘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다름 아닌 예전의 독서 기록이다.
#잘되는 집들의 비밀_정희숙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 내가 그어 둔 밑줄 속에 있었다.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