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라는 함정

함께 늙어가는 우정과 함께 새로워지는 우정

by경험소믈리에

오래된 친구는 그 어떤 자산보다 값지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연락이 끊어진 수많은 친구들, 그중에서 계속 이어지는 친구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소꿉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딸이 찾아주는 엄마의 그림바카라> 중


"살다 보면 서운한 일도 생기겠지.


그래도 부모 원수 같은 일이 아니라면 우리 우정만큼은 쉽게 놓지 말자. 그동안 함께 걸어온 시간을 생각해서 한 번 더 이해하고, 한 번 더 용서해 주자."


친구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전엔 피를 나눈 가족이 가장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 엄마가 모두 돌아가시고 나니 피를 나눈 형제들은 콩깍지를 잃어버린 뿔뿔이 흩어진 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꼭 혈연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친구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가족보다 더 깊은 속마음을 알고 있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 가족해체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제는 혈연보다 마음으로 맺어진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고도 한다.


함께 웃고,

같은 취향을 나누고,

서로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사람.

어쩌면 그런 사람이 가족 못지않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어제의 독서기록>에서 발견한 구절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픽스유>에 나오는 문장.

"오래된 친구가 좋다는 것은 함정이다. 우리는 계속 변해가고 있는 데 오래된 친구는 예전의 모습에 머물러 있는 관계다."


맞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옛날이야기만 주야장천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떨 때는 만남 자체가 심드렁하고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래 묵은 장점은 살리고 진부함은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된 친구가 지루해지는 이유는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이 멈췄기 때문이다.


해결바카라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고여있는 물이 되지 않는 거다.


옛날이야기만 반복하지 않는 것.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계속 배우는 것.


나는 50년 된 소꿉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만난 지 오래된 친구의 구태의연함을 느끼지 않는다. 늘 배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까.. 그 친구를 만날 때면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까? 설레기도 한다.


계속 새로운 사람을 찾고 관계를 맺어 나가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_픽스유


나와 맞는 새로운 사람을 찾아 관계를 맺어 나가는 부지런함도 필요하지만 관계의 중심은 이처럼 뿌리 깊은 나무처럼 오래된 친구가 아닐까 싶다.


잡은 물고기에겐 밥을 주지 않는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고 , 오래 묵은 관계를 더욱더 건강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내 삶이 잘 무르익으리라~~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화려한 인맥이 아니라 기쁠 때나 슬플 때 아무런 주저함 없이 전화할 수 있는 몇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몇 사람 가운데는 늘 오래된 친구가 있다.


오래된 친구란 함께 늙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새로워지는 사람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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