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볼 수 있을까요?

by이뻔뻔


우리는 성수역으로 가야했다. 카페에서 나오니 밖은 어두컴컴해졌지만 길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마지막 소개팅은 언제였어요?"


그는 1년전이라고 답했다. 쉰의 나이인데도 소개가 들어오는걸로 봐서는 남의 눈에 괜찮게 보이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수역에 도착했다. 성수역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한다.



“먼저 타세요.”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먼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그는 내 뒤를 따라 올라왔지만, 바로 뒷칸이 아니라 두 칸 아래에 섰다.


평지에서 나란히 걸을 때면 그의 얼굴은 늘 내 시선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대화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야 했고, 눈을 맞출 때는 목을 조금 뒤로 젖혀야 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두 칸 위에 서자, 어느새 우리의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올려다봐야 했던 그의 눈이 바로 내 앞에 와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키가 비슷해 보이네.’


그때 그가 내 정수리 부근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


“그나저나 키가 몇이에요?”


“저요? 161이요.”


그러자 그가 장난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160 안 되죠?”


“아니에요. 저 160은 분명히 넘어요. 딱 161이에요, 저!”


그는 내 반응이 예상보다 재미있었는지 소리 내어 웃었다.


"민수씨는 키가 뭔데요?"


그는 웃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키를 밝혔다.


“저는 백팔십오요."


185cm.


키가 크다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키였다.


승강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우리는 함께 올라탔다.


지하철 내부가 번잡하지는 않았지만 앉을 자리는 없었다. 문 근처 봉 옆에 나란히 섰다. 나는 원래 지하철에서 아무것도 잡지 않고 서있는다.


그가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감탄하듯 말했다.


“와, 아무것도 안 잡고 잘 서 있네요?”


“원래 아무것도 안잡아요.”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내 몸과 다리가 휘청였다. 원래 안 잡고도 잘 서있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내 몸이 사정없이 휘청거려서 괜스레 민망했다.


“아까는 잘 서 있었는데…….”


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그는 다시 웃었다.


성수역에서 내가 내릴 왕십리역까지는 세 정거장밖에 되지 않았다.


“저 여기서 내려요.”


“아, 벌써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연락 드릴게요.”


그는 좀 더 지하철을 타고 가야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몸은 분명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정신은 여전히 성수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집에 도착해 씻고 침대에 몸을 눕혔을 때였다. 카지노톡 알림이 울렸다. 민수씨였다.


"오늘 즐거웠어요. 혹시 또 볼 수 있을까요?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대답해 주셔도 돼요. "


그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첫 만남이 나쁘지 않았다고 느낀 것이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특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대답해 달라는 마지막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거절당할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면서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 그의 조심스러운 성격이 느껴졌다.


나 역시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네, 저도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저녁이랑 커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도 또 뵙고 싶어요."


확실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로 무사히 집에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편안한 밤을 보내라는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첫 만남의 밤은 따뜻하게 저물었다.


나는 당연히 다음 날부터 우리의 연락이 조금 더 잦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자 예상과 달리 그의 메시지는 없었다. 그는 분명 나를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다음 만남을 제안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 빈말로 다시 보자고 말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보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귀지 않는데 매일 연락하는게 더 이상하게 생각되는 나이다. 그와 당연히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뒤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고 있어요?"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