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소개팅

최고의 소개팅룩은 하이닉스 조끼라고?

by이뻔뻔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평생 혼자 살아야 할 운명인가 싶어서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소개팅 제안이 들어오다니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생이란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 돌아가지만, 가끔은 이렇게 맥락 없이 툭 뜻밖의 선물을 던져주기도 한다.

다시 무언가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선물.

바닥을 치고 나면 비로소 올라갈 일만 남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밖에서 단단히 잠가버렸던, 내가 갇혀 있던 독방의 문틈으로 새로운 바람이 스며들고 있었다.


정미가 소개해 주고 싶다는 남성은 하이닉스에 재직 중이었다. 친구는 직업이 탄탄하다며 소개팅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아서라기보다는, 이 상황의 타이밍이 그저 재미있어서였다. 요즘 하이닉스는 세간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 아닌가. 하이닉스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에, 최고의 소개팅 룩은 하이닉스 조끼라는 말도 있다. 의사 위에 하이닉스가 있다는 하·의·치·한·약·수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요즘이다. 그런 기세 좋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의 소개팅이라니,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내 지인의 지인이야. 키는 크데. 그런데 살이 좀 쪘다고 하더라고."


친구가 아는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다. 친구 지인의 자전거 동호회 모임 멤버로 성격이 무난하고 깔끔하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온라인 게임만큼은 확실하니 놓치기 아깝다는 게 친구의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정미가 문득 조심스러운 어조로 남편의 말을 전했다. 나중에 혹시라도 잘 안되면 원망 들을 수도 있으니 함부로 주선하지 말라고 남편이 말렸다는 것이다. 나는 답장을 보냈다.


"원망은 무슨. 주선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진심이었다. 만남의 성패는 결국 당사자들의 몫이지 주선자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설령 만나서 실망하게 되더라도 주선자가 상대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더군다나 정미는 상대를 아예 모른다.


정미는 나에게 상대에게 전달할 사진을 몇 장 요청했다. 갤러리를 뒤적이다 몇 년 전 사진을 보내는 건 너무 기만 같아서, 전부 올해 기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로만 골라 보냈다. 정미는 날것의 내 사진들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던지, 내 카지노톡 프로필 사진을 요청했다. 그 사진은 어플로 버무려진 사진이었다.



"너 카지노톡 프로필 사진, 이걸로 전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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