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과 사발면

byAnima

걷기를 마치고 저녁에 마을버스를 타면 중학생이 가득하다.

4시 전후에 인근에서 학업을 마친 학생들이다.


야, 뒤에 자리 있는데 왜 서서 가?


너나 앉아, 씨 ㅇ~


씨 ㅇ, 사람 존나 많네.


대부분 조용히 또는 재잘재잘 얘기하며 가는데

가끔 욕을 섞어가며 말하는 애들이 있다.

듣기 거북하지만 욕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다.

내 아들이 아니고 내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욕인 줄도 모르고 쓴다.

그 학생들만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말할 때마다

시 ㅇ, 씨 ㅇ, 존나 등을 붙인다.


욕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거리를 걷다가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얘기하는데 서로 이년 저년 하며 욕을 하는 것을 보았다.

주위에 여지라고는 나밖에 없었지만 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한 유투버가 유행시킨 '샤갈'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욕치고는 순화됐다고, 귀엽다고 쓴다.

초현실주의 화가 샤갈이 울고 갈 일이다.


한때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욕과 함께 먹으며 좋다고 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 맛에 여기서 먹는다며 즐겨 찾는다니 기호도 가지가지다.

한 배우도 찰진 욕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우리 영화에는 거친 욕이 난무하여 듣기 거북하다.

밑바닥 인생, 거친 삶을 표현할 때 욕이 빠지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 욕은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울 때 짓궂은 사람들이 욕부터 가르쳐서 곤란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돌아가신 엄니는 왜곡된 유머를 구사하셨다.

우리말과 일본어를 섞어 우스개 말을 해서 우리는 단어의 뜻도 모르지만 어감만으로 웃곤 했다.

그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욕은 '바가'라는 말이다.

일본어에는 욕이 없어 바보라는 뜻의 '바가'가 심한 욕이라니 동방예의지국은 일본인가 보다.


남녀공학 재직 중 담임을 맡았을 때

교실 게시판에 쓴 낙서를 보았다.

그중에는 욕도 있었다.

' ㅇㅇ 시발년'

상스러워 청소 시간에 지울 양으로 수업을 다녀왔더니 다른 말로 바뀌어 있었다.

' ㅇㅇ야 사발면 먹자'

고친 학생은 나처럼 보기 거북했나 보다.

그 낙서는 지우지 않고 며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