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유모차까지

아기, 강아지, 노인

byAnima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유모차에 태운 영아, 막 걸음마 배운 유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애들, 놀이터에서 노는 초등학생들이 흔히 눈에 뜨인다.

가끔 아기구나 하고 유모차를 보면 강아지가 똘방 하거나 노쇠하여 지친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것을 발견하기는 해도 강아지나 아기나 귀엽기는 마찬가지라 반색을 한다.

오늘 본 어느 아빠는 돌도 안 된 아기를 앞으로 안고 강아지를 산바카라시키고 있었다.

내 시선은 먼저 토실토실한 아기 다리로 향하고 다음에 강아지로 향했다.

아기는 바깥바람 쐬어주고 강아지 산바카라도 시키며 열일하는 아빠의 모습이 건강해 보였다.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일은 무례한 짓이지만 강아지와 아기는 달달한 눈으로 봐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냥 가면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서운해할까 봐 더 쳐다본다.

귀엽다고 몇 개월 됐냐고 말을 걸고 싶지만 보는 것만으로 참는다.

걸으러 갈 길이 바쁘다.

출근 시간이 지난 전철에 가끔 유모차를 끌고 타는 엄마가 있다.

오늘은 앞에는 남동생을, 뒤에는 형을 태운 엄마가 탔다.

장애인 휠체어와 유모차가 서는 공간에 오늘도 역시 비켜주는 사람이 없다.

두 사람이 버젓이 서서 핸드폰만 보고 있다.

가운데 어정쩡하게 서있는 유모차가 불안해 보였다.

내가 더 들어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

앞에 동생은 뭐가 좋은지 계속 방글방글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귀여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형은 뒷자리가 좁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밀었다 당겼다 난리도 아니다.

그걸 보는 엄마는 몇 번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불편한 걸 어쩌나, 참지 못한다.

그날 한강라면 먹으러 가는 길이라 그동안 준비하지 않던 영양간식이 있는데 애들 주고 싶어서 들었다 놨다 가방 속에서 내 손가락이 난리도 아니다.


무색, 무미, 무취, 무방부제 ‘우리 가족 영양간식, 카무트 귀리 뻥칩’을 애들 주라고 하고 싶지만 요즘 같은 험한 세상에 아무에게나,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것을 받을 리가 없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일 리가 없는데 하고 차림새를 점검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애엄마들은 무조건 거부할 것이다.


봉투만 만지작거리다 결국 하차할 때 ‘아기가 울지도 않고 착하네’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내렸다.

덕분에 무방부제, 아무 맛없는 뻥칩을 길벗들과 나눠먹을 수 있었다.

길벗들은 달지 않아 좋다고 한다.

단맛에 길들여진 어린애들은 달지 않아 싫어할 것도 같다.

오는 길에 막 떠나는 마을버스를 놓치고 정거장 의자에 앉아있었다.

두 노인이 대화를 하며 앉아 있었다.

버스가 여러 대 정차하고 가는 데도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길벗들이 준 간식 중에서 말랑말랑한 사탕을 건넸다.

두 분이 아는 사이냐니까 모르는 사이인데 가다가 쉬려고 앉아 있다가 얘기하는 중이란다.

몇 년 지나면 저 노인들도 노인유모차-보행보조기-를 끌고 다니거나 집에만 갇혀 있다가 요양원에서 생을 마칠 것을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여기저기서 왕성한 산행을 자랑하던 사람들이 무릎 아프다며 하산하고 있다.

나는 평지파라 아직 건재한 다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일 걸으면 다리가 무겁기도 하다.

요즘 더워서 길벗들도 잘 나오지 않고 매일 걸어서 뒷다리가 당기는데 쉬어가야겠다.


선거일에 길잡이 총회가 있으니 쉬고, 현충일에 실시하는 월 정기 걷기에 불참하니 쉬면서 온라인카지노에 올릴 글이나 써야겠다.

반나절을 바카라상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빨래판이 되는 것을 느껴야 하지만 아직 창창한 인생길에 온라인카지노 하나 들여놓으니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