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 08시 ~ 20시

byAnima

아침에 일어나니 미역국이 끓여져 있고 엄마는 다른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다.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서 먹으면 맛있는 것도 많은데 왜 힘들게 집에서 생일상을 차리시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일기에 저렇게 썼을 것이다.

만두, 동그랑땡, 여러 가지 전, 잡채, 김밥, 칼국수 등 엄니가 해주시던 음식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만큼 맛있었는데 굳이 외식하자고 한 것은 어린 마음이다.

지금은 누구 생일이든지 밖에서 먹거나 집에서 몇 가지 만들고 좋아하는 것 시켜주는데 어렸을 때는 외식이라는 것을 한 기억이 없다.

부모님 회갑, 칠순, 결혼식 등 큰 집안 행사를 치를 때 빼고는 외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가족 생일에는 조촐하지만 정성껏 생일상을 차리는 게 상식적이던 때의 일이다.


지금도 누구는 요리 솜씨 없어서, 번거로워서 아들과 며느리 생일에 꼭 외식을 하면서도 양심에 가바카라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이왕 그렇게 된 것 마음 편히 가지라고 해도 매번 가바카라을 느낀다니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우거지죽상이 되겠다.

세 아이들 생일에 내 솜씨로 생일상을 차려준 것은 여러 번이지만 친구들까지 초대해서 생일을 축제로 만들어 준 것은 큰딸뿐이다.

초등학교 때 학교 친구, 동네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상 차려주니 카세트 가져와서 신나게 춤을 추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하다.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그중에 군계일학으로 얼마나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하든지......


그 후로 집에서 생일상도 차려주고 외식도 했는데 선물 고르는 것도 문제였다.

어릴 때는 욕심 없는 애들이라 소소한 것 요구하면 사다 주곤 했는데 이제는 사고 싶은 것 사라고 용돈으로 퉁친다.

설마 생일 축하금으로 한몫 잡을 생각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소소하게......

애들도 내 생일에는 궁한 엄마를 생각해서 축하금을 온라인으로 투척한다.

지금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었는데 중단한 이벤트가 있다.

애들 생일에 나이만큼의 축하금을 주는 것이다.

다들 성인이 되었을 때니까 20살이면 30만 원, 30살이면 30만 원......

세 아이 생일 때 세 번 하다가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중단하고 말았다.


얘들아, 아주 폐지한 것은 아니니 실망하지 말아라.

이 집 매매하면 다시 시작할 테니 기다려다오.

그렇다고 나도 나이만큼 달라는 것이 아니니 계산하지 말거라.

내가 100살까지 살아도 설마 1,000만 원을 달라고 하겠나,

그때는 100,000,000원 다오.

결국 너희들이 다 상속할 테니까.


어제는 길벗 친구가 패밀리뷔페식당에 가서 점심을 사줬다.

내가 뷔페식을 좋아하는 것 아니까, 한 달에 한 번 가는 것 아니까......

길을 걷다가 진실된 친구를 만나기는 어려운 일인데 길이 맞고 뜻이 맞아 길벗 이상의 친구가 되었다.

형제자매, 가족 외에 내 생일과 하등 관계가 없는 사람이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축하해 주는 일은 기쁜 일이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하루를 같이 한다는 것은 기억에 남는 일이다.


오늘은 평소대로 길벗 7명과 걷기로 했다.

한강라면의 구불구불한 면발을 먹으며 건강장수를 기원하고-라면으로?

길벗이 싸 오겠다는 내가 좋아하는 김밥으로 생일 점심상을 받으려 한다.

물론 길벗들에게는 비밀이다.


애들과의 상봉은 저녁으로 밀어놓았으니 느긋하게 걷다가 온라인으로 투척하는 축하금이나 받고 애들 좋아하는 음식 시켜서 과식하고 이 온라인카지노에 달릴 축하 댓글을 음미할 예정이다.

모두 준비하시고, 축하댓글 쏘세요! (묵묵부답이면 온라인카지노 하루 중단할 거야!)


*16시 현재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둘째, 그 '대단한 놈'이 엄마의 생일축하를 위해 식당을 예약해 놓았답니다.

전역을 앞두고 며칠째 함흥차사더니 여자친구와 함께 인사 겸 축하를 해주러 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