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봉사가 아니라네

byAnima

하필 선거날에 잡힌 길잡이 총회라 몇몇 사람이 일이 있어서 불참한다는 말을 남겼다.

매일 별 볼 일 없는 나는 모처럼 임시공휴일에 약속 잡아놓은 사람처럼 툴툴대었다.

내 길 공지를 하지 못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저녁에라도 공지할까, 끝나고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나 볼까 하다가 이도저도 관두자 하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평소 나가는 시간보다 늦어 어영부영하다가 딱 맞춰 나갔더니 10분이나 늦어버렸다.

더구나 장소가 대학 근처 유흥가라 골목골목 복잡했다.

길잡이 중 길치라 헤매다 10분이 더 지나 전화를 했더니 카페지기가 친히 마중을 나왔다.

알고 보니 다 온 골목인데 쭈구리하게 간판을 못 본 것이다.

마중 온 카페지기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 가을 월 정기모임 때 공지를 올렸다고 왈가왈부하다가 내 글을 무단 삭제한 터라 내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나에 비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접근을 시도하고 어제는 마중도 나와 친근하게 팔도 잡아 이끌었다.

그래, 까짓 거 1년이 가까워 오는데 털어버리자!


도착해서 인사하니 벌써 식사는 무르익어가고 불판에 뼈 없는 돼지갈비가 지글지글 타고 있었다.

앞사람이 고기를 담아 밀어주고 한 사람은 탄 부위를 가위로 제거해 준다.

알고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다.


상을 물리고 한 사람이 준비한 수박을 나눠먹고

회의를 시작했다.

카페지기가 카페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의견 있으면 내놓으라고 하니 몇몇 길잡이가 의견을 낸다


맡을 사람이 없어 운영진이 없는데 이 상태에서 카페창립일과 송년회를 다 치러야 할까요?


후기를 올릴 때 누구는 26.06.03, 누구는

6월 3일이라고만 올리는데 통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감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 않고 마감하니 황당하다는 회원 반응이 있어요.


정보공개를 운영진만 보게 되어 있는데 전체 공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남녀 정도는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나이 제한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80살 되는 사람이 오면 곤란해요.


처음 온 사람이 1,000원 회비 왜 걷느냐, 안 낸다, 옥신각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봉사하는데 이런 불쾌한 일이 생기면 하고 싶을까요?


현 카페지기 왈,


봉사 아니에요.


봉사 아니라고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길잡이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니

봉사한다고 말하지 말란다.

띠용!@.@

보수 없이 자발적으로 하면 봉사지 달리 봉사인가?


다른 카페는 회비가 없는데 우리는 있어요.

사실 회비를 걷으면 사고가 났을 때 바카라임을 져야 할 일이 생겨요.


전 카페지기 왈,


우리가 기부하는 액수가 내후년이면 1억 원을 달성해요. 어느 카페에서도 못하는 일이지요.


식당에서는 브레이크타임이라 재촉하는데 길잡이 반 정도는 입이 열려 저마다 의견을 낸다.

약간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반은 저마다의 생각 저장고에만 남기고 만다.

그래봤자 운영에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다들 떠들어봤자 16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에서 한 발짝도 떼지 않는다.


1년마다 시상하는 최다길잡이 상금이 1등 3만 원, 2등 2만 원, 1등 만 원이라니, 너무 하지 않느냐는 카페에 올린 내 글이 이야기방에서 조회수 최고다.

이 사람 저 사람 입을 거치며 '그 카페 참 짜네, 회비도 있으면서 참 너무 하네' 내게도 들린다.

그것을 읽었을 한 길잡이가 소곤대며 묻는다.


아니마님, 뭐 할 말 있지 않아요?


무슨 할 말? 여기 모인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내가 말을 꺼낼 수 없지요. 해봤자 당사자가 더 달란 말을 한다고 성토나 하지 않을까?


1년에 한 번, 인사나 나누고 식사 잘하고, 무슨 쓸데없는 말들이 오가나 듣고 오면 된다.

단지 회원들의 코 묻은 돈 1,000원이 모여 1년에 1,500만 원이 넘는데 창립일이나 송년회 때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회비 남아 다음 해에 이월하면서 살림 잘했다고, 기부 많이 했다고 공치사나 하지 말고.


이런 들어주지 않는 공염불이나 읊으며 입 꾹 닫고 봉사도 아닌, 나 좋아서 하는 길잡이나 사시사철 열심히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