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발견되지는 않는다
지난 글에서 나는 '작은 사람들의 시대가 온다'고 꽤 낙관적인 이야기를 했다.
예전엔 소수만 가질 수 있던 기회들이 이제는 개인에게도 열리고 있다고. 유튜브가 방송국을 개인에게 쥐여줬고, SNS가 발언권을 나눠줬고, 지금은 AI가 전문가들만 갖고 있던 '만드는 능력'까지 나눠주고 있다고. 그러니 이제 각자 자기 몫을 찾아 나서면 된다고 썼다.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AI가 작은 창작자에게 힘을 주는 동시에,
더 안 보이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문이 열린 건 맞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 사람이 너무 많다. 다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고, 심지어 앱도 만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의 영역이던 일들을 이제는 혼자서도 제법 해낸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하나 바뀐다. 예전에는 '내가 이걸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수많은 것 중에서 사람들이 왜 나를 보게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무언가를 찾을 때 검색창보다 AI 창을 먼저 열게 되는 일이 많다. 예전엔 검색 결과를 하나하나 눌러보고, 블로그 후기도 읽고, 비교 영상도 보면서 후보를 좁혔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AI에게 묻는다. "내 상황에 맞는 거 세 개만 추천해 줘." 그러고는 한술 더 뜬다. "아니, 셋 다 보기 귀찮아. 하나만 골라줘." 이제 비교하는 수고까지 AI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번에는 이 편리함을 반대편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소비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는 창작자라면 어떨까?
서점을 한번 상상해 보자.
누구나 바카라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매일 새로운 바카라이 쏟아지고, 서가는 빼곡하게 들어찼다. 이름 없는 작가들도 드디어 자기 바카라을 진열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손님들이 서가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묻는다.
"요즘 읽을 만한 바카라 하나만 골라주세요."
직원은 바카라 한두 권을 건네준다. 손님은 만족스럽게 그 바카라을 들고 나간다. 그런데 나머지 수천 권은? 분명 서점에 있는데, 아무도 그 바카라 앞까지 가지 않는다. AI가 점점 그 서점 직원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흥미로운 조사도 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가 2025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미국 성인 900명의 실제 인터넷 이용 기록을 분석했다.
구글 검색 결과에 AI 요약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일반 검색 결과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8%였다. AI 요약이 없을 때는 15%. 거의 절반 수준이다. 더 놀라운 건 AI 요약 안에 출처로 표시된 링크를 클릭한 비율이 겨우 1%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구글 검색의 AI 요약에 관한 연구이므로 모든 AI 서비스가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답을 얻기 위해 반드시 원본까지 찾아가지는 않는다는 것.
생각해 보면 나부터 그렇다. 분명 누군가 애써 쓴 글을 AI가 참고했을 텐데, 나는 그 사람 이름도 모른 채 답만 얻고 떠난다.
지난 글에서 나는 과거를 '과거급제 슬롯'에 비유했다. 방송국, 출판사, 대기업 같은 거대한 조직의 선택을 받아야 기회를 얻던 시대 말이다.
인터넷과 SNS는 그 엄격한 등용문을 우회할 길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AI 검색이 일상화되면, 어쩌면 새로운 문지기가 생기는 셈이다. 만드는 능력은 모두에게 나눠지고 있는데, 발견되는 입구는 오히려 좁아질 수도 있다는 것.
요즘은 SEO 를 넘어서 GEO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
예전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결과에 잘 노출되기 위해 SEO(검색엔진 최적화)를 했다면, 이제는 AI의 답변에서 잘 발견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4년 발표된 프린스턴대 등의 연구에서도 생성형 검색 환경에서 콘텐츠의 가시성을 높이는 방법들을 실험했다.
물론 아직 '이렇게 하면 AI가 반드시 추천해 준다' 같은 공식은 없다. AI 서비스마다 작동 방식도 다르고, 검색 환경도 계속 바뀐다.
그런데 나는 이 용어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AI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했는데 이제는 AI에게 어떻게 발견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뭘 해야 할까? 혼자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기술적인건 차치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했고, 지금은 AI로 작품을 만들고 강의도 한다.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직업 같지만, 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진 일들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처음 나를 접한 사람이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역시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 활동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온라인카지노를 포함한 다양한 SNS 공간에 글을 쓰고, 작업과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글을 많이 쓴다고 AI가 반드시 추천해 주는 건 아니다. 그래도 AI를 포함한 누군가 나를 이해할 단서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AI 검색 시대의 작은 팁을 하나 더하자면, 여러 플랫폼에서 나를 설명하는 정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카지노에서는 작가, 인스타그램에서는 디자이너, 다른 곳에서는 강사라고만 소개하기보다, 동일한 활동명과 핵심 전문 분야를 사용하고 서로의 프로필을 연결해 두는 식이다. 여기에 실제 작업물이나 강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까지 남겨두면 더 좋다.
이건 내가 만들어낸 GEO 비법이 아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검색 가이드에서도 작성자 정보와 일관된 명칭, 확인 가능한 근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AI가 나를 추천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적어도 AI가 나를 엉뚱한 사람으로 이해할 가능성은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이제 자기소개도 사람뿐 아니라 AI가 읽는 시대가 된 셈이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에 온라인카지노에 쓴 글을 계기로 강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글이 나 대신 영업사원이 된 셈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누군가 나를 발견한다는 게 꼭 수만 명에게 노출되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가 필요한 단 한 사람에게 닿는 것도 발견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전략이 있다. 바로 니치(Niche), 작지만 선명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가령 'AI를 잘 아는 사람'보다 'AI로 브랜드 디자인을 하는 사람', 더 나아가 '1인 창작자가 AI로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훨씬 구체적이다.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기는 어려워도, 특정한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AI 검색에서도 이런 선명함은 의미가 있다. 누군가 아주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그 질문에 답할 만한 경험과 작업물이 공개적으로 쌓여 있다면 발견될 단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니치에 집중한다고 AI가 반드시 나를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번 발견된 사람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건 결국 관계다. 댓글을 주고받고, 강의에서 만나고, 서로의 작업을 기억하는 일. 그런 관계는 검색 순위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쌓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좋아하는 누군가의 글을 매번 검색해서 찾지는 않는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간다.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해서.
어쩌면 우리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건 AI에게 한 번 추천받는 방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사람이 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작은 사람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믿는다. 다만 이제는 조건을 하나 붙여야 할 것 같다. 작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시대와, 작은 사람이 발견될 수 있는 시대는 같은 말이 아니다. AI가 우리 손에 제작 도구를 쥐여준 건 맞다. 하지만 그 도구로 만든 모든 것이 누군가의 눈앞에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발견된 다음에도 기억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나도 계속 흔적을 남겨보려고 한다. 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언젠가 찾아올 수 있도록. 물론 AI가 먼저 발견해 줄 수도 있겠다. 그때 내 글을 대충 요약해서 엉뚱한 사람으로 소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구글에 내 이름은 검색해 봤어도, AI에게 '나는 누구냐'고 물어본 적은 별로 없을 거다. 한번 해보자. 생각보다 재밌고, 가끔은 뜨끔하다.
ChatGPT, Gemini, Perplexity 등에서 웹 검색 기능을 켜고, 나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새 대화를 연다.
[복사해서 사용하는 프롬프트]
[내 이름 또는 활동명]은 어떤 사람이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작업으로 알려져 있어? 공개된 웹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근거가 된 출처 URL도 알려줘. 동명이인과 혼동될 가능성이 있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따로 표시해 줘.
결과를 받으면 다음의 세 가지만 확인하자.
1. 빠진 정보: 내가 하는 일 중 AI가 모르는 것은?
2. 잘못된 정보: 다른 사람과 혼동하거나 틀리게 설명한 것은?
3. 정보의 출처: AI는 어디에서 나에 관한 정보를 찾았는가?
빠진 활동이 있다면 공개 프로필이나 작업 기록을 보강해 보자. 그리고 몇 달 뒤 같은 질문을 다시 해보는 거다. AI의 답변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인지도 측정 도구로 볼 수는 없지만, 공개된 내 정보가 어떻게 읽히는지 점검하는 실험으로는 제법 유용할 것이다.
[참고자료]
퓨 리서치 센터 (2025. 7. 22.)「구글 검색에 AI 요약이 나타나면 이용자의 링크 클릭이 줄어든다」미국 성인 900명의 웹 이용 기록을 분석한 연구. / 구글 검색에서 AI 요약이 표시된 경우 일반 검색 결과 클릭률은 8%, 표시되지 않은 경우는 15%였다. AI 요약에 포함된 출처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1%였다. 원문: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25/07/22/google-users-are-less-likely-to-click-on-links-when-an-ai-summary-appears-in-the-results/
Aggarwal 외 연구진 (2024)「GEO: 생성형 엔진 최적화」 — ACM SIGKDD 국제학술대회 발표 논문 / 생성형 검색 환경에서 콘텐츠가 AI 답변에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를 연구하고,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실험한 논문. 원문: https://doi.org/10.1145/3637528.3671900
Google 검색 센터 — 프로필 페이지 구조화 데이터 가이드 / 구글이 웹상의 작성자와 크리에이터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필 정보에 관한 공식 문서. 이름, 소개, 외부 프로필 연결 등의 정보를 구조화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원문(한국어): https://developers.google.com/search/docs/appearance/structured-data/profile-page?hl=ko
Google 검색 센터 —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 콘텐츠 제작하기 https://developers.google.com/search/docs/fundamentals/creating-helpful-content?hl=ko
Microsoft Bing — 웹마스터 가이드라인 / Bing과 Copilot의 검색 및 AI 답변에서 콘텐츠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공식 권장사항. 사람과 브랜드의 명칭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사용하고, 확인 가능한 정보와 출처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원문: https://www.bing.com/webmasters/help/bing-webmaster-guidelines-30fba2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