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방전됐다. 계기판에는 방전됐다는 경고등이 깜빡거렸다. 열매에게 로타장염 예방접종을 하려고 한 외출이었다. 나는 와이프에게 “방전된 거 같아.” 라고 말하니 와이프는 “그럼 다음에 가자.”라고 쿨하게 답했다. 곧 바로 보험 서비스를 불렀다. 올 설날에도 배터리 노후화로 배터리 교체를 했기 때문에 1년도 채 되지 않은 배터리였다. 이번 방전은 의아했다. 10분 만에 서비스 차량이 지하 주차장 안으로 찾아 들어왔다.
직원은 나에게 자동차 시동을 걸어 보라고 했다. 차는 여전히 탁탁거리기만 하고 으르렁거리지 못했다. 곧 바로 나에게 “차 운행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지난 번 BCG 예방접종 때 운전하고 하지 않았으니 1달 정도였다. 나는 직원에게 한 달 정도 운행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럼 충분히 방전될 수 있다고 했다.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시동 걸지 않으면 쉽게 방전된다고 했다.
서비스 직원은 점프 스타터를 배터리에 연결했다. 곧 이어 시동을 거니 엔진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직원은 시동이 걸린 걸 확인하고 나에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동을 걸어주세요. 그래야 방전 안돼요.” 라고 말했다. 나는 와이프에게 곧 바로 이제 시동 잘 걸린다고 전화했다. 한 달 동안 운행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니 앞으로 쓰레기 버리는 날에 맞춰서 시동 걸고 와야겠다고 했다.
자동차 지식이 습자지만큼 얇은 나였기 때문에 운행을 자주 하지 않아서 배터리가 방전된다는 게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방전은 오래 사용해야 되는 거 아닌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자동차 발전기가 운행 중 엔진 회전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성하고 이 전기를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정 기간 운행 하지 않으면 전압이 떨어지고 결국 방전된다는 것이다.
거의 두 달 동안 나는 쓰레기 버리러 가거나 병원 방문 빼고는 외출이 없었다. 육아를 하면서 행복하고 경이로운 순간도 매번 있었지만 한 편으로 갑갑함도 있어 조금씩 육체적, 정신적인 피곤함이 찾아왔을 때였다. 퇴사를 하고 난 뒤, 출근도 하지 않고 두 달 넘게 칩거라고 불러도 무방할 생활이 나에게는 낯설었다.
육아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돈을 벌거나 회사에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인정욕구가 꽤 큰 나에게 육아는 누구의 인정보다는 와이프와 함께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오는 불안감이 알게 모르게 누적되면서 나 또한 자동차처럼 방전될 같은 시기였다.
“일주일에 한번은 시동을 걸어주세요.” 자동차 서비스 직원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되감겼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짧은 시동 중 하나다. 와이프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혼자만의 시동 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운행을 하지 않아도 시동을 켜는 것만으로 방전을 예방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1초의 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