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시선 제72화

김도영 없는 9월, KIA의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야구의 시선 제72화

- 김도영 없는 9월, KIA의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 김도영·박재현이 떠난 타선, 호랑이는 3위를 탈환할 수 있을까


9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는 한화를 9대2로 꺾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김도영은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새겼다.


코뼈 골절이라는 뜻밖의 부상을 딛고 돌아와 3안타 3타점. 시즌 40홈런을 채우면서 KBO 최연소이자 역대 18번째 ‘4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다.



시즌 122경기에서 3할을 넘는 타율과 40홈런, OPS 1.000을 훌쩍 넘기는 타자.


지금 KIA 타선에서 김도영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할까.


그런데 KIA는 바로 그 타자를 내일부터 쓸 수 없다. 김도영은 박재현, 성영탁과 함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


참 묘한 장면이다.


가장 뜨거운 타자가 돌아온 바로 다음 날, 다시 팀을 떠난다. 국가대표에게는 영광이지만 KIA에는 ‘9월의 비상사태’다.


- 김도영 한 명이 빠지는 것이 아니다


김도영의 공백을 단순히 3루수 한 명이 빠지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김도영은 홈런을 치는 타자이면서 출루하고, 달리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선수다. 상대 투수는 김도영 앞뒤 타자까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김도영이 사라지면 타순 하나가 비는 것이 아니라 타선 전체의 구조가 달라진다.


여기에 박재현까지 빠진다.


올 시즌 주전 외야수로 성장한 박재현은 장타력에서는 김도영과 비교할 수 없지만 KIA 타선에 다른 에너지를 공급했다. 빠른 발과 적극적인 주루, 외야 수비, 그리고 상위타선에서의 연결 능력이다.



실제로 KIA는 아시안게임 차출로 김도영·박재현·성영탁 세 명의 WAR을 합해 약 9.8이나 잃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두산 다음으로 큰 손실이다.


더구나 KIA는 투수 성영탁까지 빠진다.


결국 이번 아시안게임은 KIA에 ‘타선 두 자리+불펜 한 자리’를 동시에 빼앗아 가는 셈이다.


- 그렇다면 타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여기에서 이범호 감독의 선택이 흥미롭다. 김도영의 자리를 대신할 ‘또 다른 김도영’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수는 없다.


40홈런 타자의 자리를 한 명에게 맡기면 그 선수에게 지나친 부담만 준다. 해법은 ‘대체’가 아니라 ‘분산’이다.


KIA는 이미 그 실험을 시작했다. 최근 SSG전에서는 박정우-김민규를 테이블세터로 배치하고 박재현-카스트로-나성범으로 중심타선을 구성했다.


박재현마저 빠진다면 더욱 과감하게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 타순은 이렇다.


박정우 또는 김호령 – 김선빈 – 카스트로 – 나성범 – 오선우 – 하주석 – 변우혁 – 김태군 – 김규성


물론 상대 선발의 좌우 유형과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역할이다.

1·2번은 출루와 주루.

3·4번은 카스트로와 나성범에게 맡겨 해결 능력을 극대화한다.


오선우에게는 장타를 기대하고 하주석과 하위타선은 찬스를 다시 상위타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3루다.


이범호 감독 역시 김도영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앞두고 가장 고민되는 포지션으로 3루를 꼽았다. 변우혁을 확대 엔트리에 불러 점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2주는 변우혁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김도영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수비하고 한 경기 한 번씩 결정적인 출루나 장타를 만들어주면 된다.


- ‘김도영 없는 야구’는 작아져야 한다


김도영이 있을 때 KIA는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김도영이 없다면 야구의 크기를 조금 줄여 스몰볼로 승부해야 한다.


볼넷 하나.

도루 하나.

진루타 하나.

희생플라이 하나.

그리고 1점 차를 지키는 불펜.


화려하지 않더라도 이런 야구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박재현까지 빠지면 기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박정우, 김호령, 김민규 같은 선수들의 기민한 역할이 중요해진다.


‘김도영 없는 홈런 야구’를 억지로 계속하려 하기보다는 빠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편이 낫다.


나성범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제는 단순한 중심타자가 아니다.

김도영이 없는 타선에서 상대 투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카스트로가 그 앞이나 뒤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결국 아시안게임 기간 KIA 타선의 성패는 두 사람에게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다행인 것은 ‘7경기’라는 점이다


KIA가 김도영·박재현·성영탁 없이 치르는 경기는 9월 14일부터 27일까지 모두 7경기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것이 KIA가 버틸 수 있다고 보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현재 순위다.


13일 경기 전 기준 KIA는 4위였고, 5위 두산과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KIA가 아시안게임 기간 반드시 7경기를 모두 이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연패를 피하는 것이다.


7경기에서 4승3패라면 성공이다.

3승4패도 치명상은 아니다.

그러나 2승5패 이하로 떨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위를 노리던 KIA가 갑자기 4위를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7경기의 목표를 ‘+1’이라고 본다.


4승3패.

그 정도만 버티면 된다.


- 3위냐 4위냐, 그것이 문제다


현재 KIA의 현실적인 목표는 1·2위가 아니다. KT와 삼성이 이미 상당히 앞서 있다.


KIA가 바라봐야 할 곳은 LG다.

9월 13일 경기 전 기준 LG가 3위, KIA가 4위였고 두 팀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따라서 아시안게임 기간은 KIA가 3위를 빼앗는 시간이기보다는 ‘LG를 놓치지 않는 시간’이어야 한다.


김도영과 박재현이 돌아왔는데 LG가 5~6경기 앞서 있다면 따라잡기 어렵다.

반대로 1~3경기 차 정도로만 버텨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표팀 선수들이 돌아온 뒤 KIA에는 다시 김도영이라는 리그 최고의 공격 무기가 생긴다.

더구나 시즌 마지막에는 LG와의 직접 맞대결도 남아 있다.


결국 승부는 그때다.


- 필자가 예상하는 KIA의 최종 순위


나는 현재로서는 3~4위, 그중에서도 4위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본다.


김도영과 박재현의 동시 이탈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김도영의 공백은 단순한 WAR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다.


상대 투수가 느끼는 압박,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뒤집는 장타, 주루와 득점 생산력까지 사라진다.


하지만 5위 밖으로 밀릴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고 본다.


현재까지 쌓아놓은 승수와 5위권과의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 범위를 굳이 숫자로 표현한다면, 3위 35%, 4위 55%, 5위 이하 10% 정도로 보고 싶다.


결국 핵심은 아시안게임 기간 7경기다.


4승3패 이상이면 3위 싸움은 계속된다.

3승4패면 4위 수성 가능성이 높다.

2승5패 이하라면 5위 싸움까지 신경 써야 한다.


- 스타가 없는 2주가 팀의 진짜 힘을 보여준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반드시 이런 시간이 온다.


에이스가 빠지고,

4번 타자가 빠지고,

마무리가 빠진다.


그때 드러나는 것이 ‘팀의 두께’다.


김도영이 있을 때 KIA가 강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 40홈런을 치는 MVP급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짜 궁금한 것은 김도영이 없을 때의 KIA다.


박재현까지 없는 타선에서 박정우와 김민규가 얼마나 뛰어줄 것인가.

변우혁은 3루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오선우가 한 방을 만들어줄 것인가.

카스트로와 나성범은 중심타선의 무게를 견뎌낼 것인가.


그리고 이범호 감독은 ‘큰 야구’ 대신 ‘작은 야구’로 7경기를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을 KIA의 위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KIA가 반드시 치러야 할 마지막 시험인지도 모른다.


김도영이 돌아왔을 때 KIA가 몇 위에 있느냐.


2026년 KIA 타이거즈의 가을은 바로 그 질문의 답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가 정말 강팀인지 확인하는 시간도 바로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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