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km 이의리, 마무리인가 다시 에이스인가
- 158km의 이의리, 마무리인가 다시 에이스인가?
야구에서 투수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때로 새로운 구종이 아니라 ‘짧게 던지는 것’ 일 수도 있다.
KIA 이의리가 지금 그렇다.
8월 16일 두산과의 1점 차 승부. 마지막 9회 마운드에 이의리가 등장했다. 그리고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을 막아내며 2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이의리는 원래 KIA의 미래를 바카라임질 좌완 선발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목을 끊임없이 잡았던 것은 제구였다. 150km를 훌쩍 넘기는 공을 가지고도 스트라이크존을 지배하지 못하면 타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올 시즌 전반기에도 선발 10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바카라점 9.42까지 무너졌다.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그런 이의리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지바의 트레이닝 시설에서 단기 연수를 받고 돌아온 뒤 투구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구속보다 ‘제구의 안정’이다.
그리고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후반기 불펜 9경기 평균자바카라점 1.64. 11일 삼성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15일 두산전에서는 개인 최고 구속인 무려 158km를 찍었다.
158km.
그것도 왼손 투수가 던지는 158km다.
선발처럼 5~6이닝을 생각할 필요 없이 단 한 이닝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이의리의 직구는 위압적이다. 여기에 지금처럼 제구까지 따라온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언터처블’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KIA는 고민해야 한다.
“이의리를 마무리로 키울 것인가, 다시 선발로 돌릴 것인가.”
당장 올 시즌만 놓고 본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무리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점에서 8회와 9회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의 가치는 엄청나다. 이범호 감독 역시 이의리를 8회 또는 9회 가장 중요한 순간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나는 이의리의 최종 목적지가 마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불펜 경험은 오히려 ‘선발 이의리’를 다시 만드는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
한 이닝 동안 스트라이크존을 공격하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경험, 위기에서도 볼넷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경험, 그리고 150km 후반의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을 때 타자가 얼마나 압박을 받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경험.
이것이 쌓인다면 이의리는 이전과 다른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
물론 158km를 선발로 100구 가까이 던지면서 유지할 필요는 없다.
선발로 돌아가 평균 150km 초중반의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변화구와 완급 조절이 더해진다면 KIA가 오래 기다려온 토종 좌완 에이스의 모습에 다시 가까워진다.
그래서 지금 이의리의 마무리 등판은 ‘보직 변경’이라기보다 ‘투수 재건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일본에서 찾아온 작은 변화가 제구를 안정시키고, 짧은 이닝이 자신감을 되찾게 하고, 158km의 직구가 자신의 힘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의리는 이제 겨우 24세다.
마무리로 158km를 뿌리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KIA 팬들이 정말 보고 싶은 장면은 어쩌면 따로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우리가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
광주 마운드에서 7이닝을 바카라임지고 내려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좌완 선발투수.
늦게나마 이의리가 자신의 공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의 마무리는 그의 종착역이 아니라 다시 에이스로 돌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158km의 마무리 이의리.’
그리고 그다음에는,
‘제구까지 갖춘 선발 이의리.’
나는 후자가 더 기대된다.